바이든 '측근' 자누지
"종전선언·정상회담 제안하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 뒤따를 거라
말할 수 있는 한국분 있나"
북미 교착이 장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선제적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압도적 국력을 보유한 미국이 협상 재개를 위해 북측에 유인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지만, 미국 국내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10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공동 개최한 2021 한미 평화통일포럼에서 "북미관계는 약자와 강자 간의 관계"라며 "강자가 약자에게 양보하면 포용이라고 쓸 수 있지만 약자가 양보하면 굴복"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의도가 없다면 말뿐이 아니라 양보(행동)를 통해 대화하려는 자세가 있어야만 하는데 상당히 부족하다"고도 했다. 미국이 선제적 제재완화 등 보다 적극적인 유인책을 활용해 북한을 포용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관련 주장은 한반도에 매몰된 관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양분화된 미국 국내정치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선제적 양보는 실현 불가능한 카드에 가깝다는 평가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신교환·대면회담 등은 지지했지만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렇게 나서면 절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누지 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을 지낼 당시 12년간 보좌했던 인물이다.
자누지 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고려하면서도 단 한 명의 공화당 (지지)투표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것"이라며 "그것이 현재 미국 정치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골머리 앓고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담대하게 접근하면 좋겠다고 하겠지만 이런 논의가 워싱턴에서 이뤄지는 정치적 맥락을 잘 이해해야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종전선언 초안과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했을 때 어떤 유의미한,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해줄 한국분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런 약속을 해줄 수 있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한다"며 "미국 측이 평화를 위한 리스크를 감수하기 위해선 북한이 어느 정도 화답하겠다, 대응하겠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의지와 무관하게 공화당도 인정할 수 있는 북한 비핵화 진전 가능성이 담보돼야만 대북관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해온 '조건 없는 대화'에 북한이 전향적으로 호응하지 않는 이상 미국의 대북관여 수준이 '관리' 이상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김연호 조지 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은 "북핵협상에 대해 백악관이 정무적 판단을 할 것"이라며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 중간선거, 다음 대선에 미칠 여파를 기준으로 봤을 때 북핵협상이 '고위험 고수익'이 아니라 '고위험 저수익' 구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내년 한국 대선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와 대북정책을 어떻게 공조해나갈지도 큰 변수로 남아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굳이 큰 리스크를 떠안아 가며 정치력을 쏟을 이유가 없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