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언포기버블’
법적인 형량을 다 마쳤다면 죄는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가. 과연 나라면 용서할 수 있을까. 용서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최근에 공개한 넷플릭스 영화 ‘언포기버블’(unforgivable)이 던지는 화두다.
영화는 영국 드라마 ‘언포기븐’ 3부작을 영화화한 것으로 할리우드 대표 배우 산드라 블록이 주연과 제작을 동시에 맡았다. 연출에는 ‘도주하는 아이’로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노라 핑샤이트 감독이다.
‘언포기버블’은 20년간의 수감생활 후 가석방돼 사회에 복귀한 루스 슬레이터(산드라 블록 분)의 이야기를 담는다. 보안관을 살해했다는 죄명으로 수감생활을 하게 된 그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 케이트(아이슬링 플란쵸시 분)에게 수십 통의 편지를 보내지만, 동생은 한 번도 연락이 없다. 헤어진 동생을 다시 만나겠다는 희망을 품은 채 루스는 가석방되고 영화는 전과자인 그를 대하는 주변의 냉담한 시선과 동생을 찾아가는 루스의 외로운 여정을 그린다.
루스의 이야기를 통해 전과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대해 말한다. 20년간 수감생활을 마치고 가석방된 루스는 그대로 사회에 던져진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현실을 차갑기만 하다. 교도소에서 착실히 배운 목공일로 취직이 예정됐지만, 전과자라는 신분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도 전에 거부당한다. 어쩔 수 없이 생선 공장에서 일하게 된 루수는 보안관 살인범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신적인 편견과 차별을 넘어 폭력 등 물리적인 위협도 받는다. 사회로 복귀하는 가석방자들의 고단한 삶과 과거를 숨기기 위해 조심하는 불안한 심리가 잘 나타나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용서를 강조한다. 영화는 네 가족의 모습을 담는다. 루스의 가족, 캐이티가 입양된 가족, 피해자 아들인 스티브 가족, 그리고 루스가 살던 집에 이사 온 변호사 부부까지 포함된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가족을 사랑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그중에서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인 루스와 케이트 자매, 토마스와 스티브 형제에 주목하게 된다. 특히 스티브 형제에 대한 이야기는 피해자 가족의 고통스러운 삶을 통해 루스를 용서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루스는 어린 동생의 미래를 위해 동생의 잘못까지 감내하고 지난 20년과 앞으로 남은 생까지 범죄자로 살기로 했다. 자매애를 넘어 자신이 직접 키운 탓에 모성애까지 느껴진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가족을 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제목과 같이 용서에 대해서도 말한다. 가족을 잃은 스티브는 루스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고 루스의 동생을 납치한다. 그러나 루스가 스티브에게 진정한 용서를 빌자 복수를 멈춘다. 영화는 전과자의 우울한 서사를 담고 있지만, 가족애와 용서로 마무리해 따뜻한 감정을 선사한다.
주인공의 열연도 돋보인다. 무표정한 표정과 굳게 다문 입, 초점을 잃은 공허한 눈동자까지 ‘언포기버블’에서의 루스는 산드라 블록에 의해 오롯이 완성되었다. 죄의식과 회한, 원망과 그리움, 슬픔과 기쁨까지 루스의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던 감정이 산드라 블록의 감정연기를 통해 능숙하게 펼쳐진다. 비교적 단순한 내러티브지만 산드라 블록이 보여준 연기는 표면 위에 드러난 것 이상으로 여러 주제를 생각하게끔 한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는 상대방을 용서하는 마음을 갖기란 어렵다. 영화 ‘언포기버블’은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사라져 가는 가족애를 재조명하고 있으며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들의 입장을 넘어 인간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용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