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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찾아 길거리 헤매는 코로나 임신부들 "진통 오지 않기만을 기도"


입력 2021.12.21 04:19 수정 2021.12.20 22:20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코로나19 확진 30대 임신부, 16군데 병원 거절당해 구급차서 출산…10시간씩 헤매기도

분만 위해 반드시 산부인과 있는 코로나19 전담병원 가야…'하늘의 별따기'

임신부 "고위험군 산모, 병원서 안 받아 주면 목숨 걸어야…진통오면 보건소·119 연락하라만 반복"

전문가 "임신부 위한 전담병원 있어야 …기본적으로 임신부는 재택치료 하면 안 돼"

구급차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된 산모들이 병상 부족으로 분만을 할 수 있는 병상을 찾지 못해 구급차서 출산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이때문에 임신부들은 출산 전 코로나19에 확진될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신부들은 환자 중에서도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분만과 치료를 할 수 있는 개별 코로나19 병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8일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와 양주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0대 임신부가 하혈과 진통을 시작했으나 16군데 병원에서 거절당해 구급차에서 출산했다. 이 임신부는 코로나19에 확진돼 재택치료를 받던 중 진통이 찾아온 상황이었다. 지난 15일에도 코로나19 재택치료 중인 만삭 임신부가 출산 진통을 시작했지만 전담 병상이 없어 10시간가량 구급차에 탄 채 거리를 헤맨 사실이 보도됐다.


이처럼 코로나19 병상 부족으로 분만이 지연되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자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의 걱정은 커져만 간다. 이들이 분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가야하고, 그 중에서도 산부인과가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하지만 전국적인 병상 부족난에 병상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특히 자연분만을 할 수 없거나 고위험군 산모인 경우 병원 밖에서 응급으로 분만을 할 수도 없어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28주차 임신부 조모(35)씨는 "첫째를 제왕절개로 낳아서 둘째는 무조건 수술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 급하다고 구급차나 집에서 출산하는 것도 불가능해서 더 걱정된다"며 "출산일을 앞두고는 아예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생활을 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일반 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이 산부들까지 재택치료를 한다는 것이 불안하다. 1월에서 3월이 출생아가 가장 많은 시기인데 임산부에 대한 대책이 너무 부족하다"며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도 신생아 예방접종과 검진이 필요한데 확진되면 이런 관리도 되지 않는 병원에서 치료받게 될까봐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8일째 자가격리 중인 임신부 A씨는 "앞서 기사화된 두 산모 모두 자연분만 사례이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수술이 필요한 산모들에겐 더 위험한 상황"이라며 "보건소에 격리 중에 확진되면 어떡하느냐고 물어 보니 음압병실이 나올 때까지 무조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진통이 오면 보건소와 119에 연락하라고만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진통이 오지 않길 기도하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목숨을 내걸어야 한다"며 "임신부들을 위한 병동을 확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불이 켜진 산부인과 분만실 ⓒ연합뉴스

일반 코로나19 환자와 달리 코로나19에 확진된 임신부들은 더 많은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위한 전담병원이 있어야 한다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분만에 대비해 상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임신부는 재택치료를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홍순철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코로나19에 확진된 임신부의 경우 특수성이 있어 임신부 음압병실, 신생아 음압병실 그리고 비말 등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을 권장하다 보니 음압 수술실까지 필요하다"며 "이 조건이 다 맞으려면 국립병원 등 하나의 병원에서 임신부만을 개별적으로 분만,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교수는 "불이 나지 않아도 119를 유지하듯이 언제 진통이 올지 모르는 임신부들을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수익 등을 고려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비할 것이 아니고, 언제까지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될지 모르는 만큼 미리 준비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임신부들을 재택치료로 집에 놔두면 안 된다"며 "최소한 분만 일주일 전이라도 입원해서 검사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산모뿐만이 아니라 일반 병상이 없어서 아예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임신부나 고위험군 환자를 위한 전담 병상을 마련하고, 대규모 시설을 개조해 코로나19 환자만을 치료하는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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