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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스포츠 결산①] 코로나19 덮친 도쿄올림픽에서 맺은 톡톡한 결실


입력 2021.12.21 11:11 수정 2021.12.21 11:57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세계인들 우려 속 개최 자체로 숱한 논란 일으킨 2020 도쿄올림픽

대회 기간 중 코로나19 확진자 최고치..폐막 후 스가 총리 사임

축제 분위기 덜했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들 의미 있는 성과

2020 도쿄올림픽. ⓒ AP=뉴시스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난 2020 도쿄올림픽이다.


개최 자체가 논란이었고 비판의 대상이 된 기괴한 올림픽이었지만, 그 와중에 대한민국 선수들은 또 감동을 안기며 이 ‘이상한’ 올림픽의 주역이 됐다.


원래 2020년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개막 자체가 불투명했다. 그럼에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밀어붙였고, 그해 3월 대회 1년 연기를 합의했다. 결국 올해 7월 23일 개막하기는 했지만, 유례없는 올림픽으로 기록됐고, 또 기억될 대회가 되어버렸다.


도쿄올림픽은 개최 과정 자체가 문제의 연속이었다. 연기 결정을 할 당시 기준으로, 1년 후 여름에는 코로나19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연기 결정을 내렸지만, 코로나19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세졌다. 오히려 개막일에 임박할수록 코로나19는 더 강해졌다.


IOC 바흐 위원장-일본 스가 전 총리. ⓒ AP=뉴시스

비단 일본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개막에 따른 확산을 우려했지만, IOC와 일본 정부는 ‘무관중 개최’ 카드까지 꺼내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도쿄올림픽 강행을 선언하면서 “버블 방역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안전한 대회를 자신했다. 올림픽 참가 선수와 관계자(취재진)가 입국하면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버블 방역 시스템의 핵심이다.


그러나 개막 전부터 선수들과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감염자가 속출했고, 올림픽 관계자들의 외부 환경 접촉도 어렵지 않게 이루어지면서 버블 방역 시스템은 붕괴됐다. 선수를 비롯한 대회 관계자의 동선을 관리해 '안전한 올림픽'을 만들겠다던 약속은 깨졌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도쿄올림픽 대회 기간 중 일일 확진자 수가 1만5000명을 돌파, 일본 내 코로나19 발생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올림픽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민심이 등을 돌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올림픽 연기 또는 취소 여론이 높았지만 스가 총리는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다. 조직위는 코로나19 확산과 올림픽 개최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본 국민들은 전혀 다르게 봤다. 지난해 9월 출범 때까지만 해도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했지만, 올림픽이 끝난 뒤 스가 총리의 지지율은 30%대로 추락했다. 2012년 자민당이 재집권한 이후 최저치다. 결국 일본 스가 총리가 취임 1년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개최를 밀어붙였던 도쿄 올림픽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지구촌이 하나 되는 화합의 올림픽을 지향했지만, 숱한 논란과 피해만을 남긴 채 가까스로 대회를 마치면서 ‘최악의 올림픽’으로 남게 됐다.


양궁 혼성단체전 금메달 안산-김제덕. ⓒ 뉴시스

그런 탓에 올림픽 축제 분위기가 덜하긴 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들이 흘린 땀의 결실, 투혼과 열정에 감동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016 리우올림픽 때의 성적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금메달 6/ 은메달4/ 동메달 10-종합 16위)를 거뒀다.


첫 주자로 나선 '막내 듀오' 김제덕(17·경북일고)과 안산(20·광주여대)은 처음 정식으로 도입된 양궁 혼성단체전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막내들의 기를 이어받은 선배들은 남녀 단체전을 제패, 한국 양궁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세계에 널리 떨쳤다. 양궁은 올림픽 금메달 수를 27개로 늘리며 쇼트트랙(24개)을 제치고 동·하계 올림픽 합산 최다 금메달 종목으로 우뚝 섰다. 안산은 개인전까지 석권하면서 한국 하계올림픽 사상 최초 단일대회 3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김제덕은 한국 올림픽 최연소 남자 금메달리스트로 떠올랐다.


펜싱은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냈다. 오랜 기간 호흡한 단체전에서는 최강의 위력을 내뿜었다. 김정환(38), 구본길(32·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오상욱(25·성남시청), 김준호(27·화성시청)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독일과 이탈리아를 연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과 펜싱처럼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금메달 같은 4위'는 크게 조명을 받았다. 6개국이 참가한 종목에서 4위에 그친 야구는 사정이 다르지만, 도쿄올림픽에서는 유독 아름다운 4위들이 많다. 노메달이라 부르지 않고 자랑스러운 4위로 꼽히며 갈채를 받는다.


4강 신화 일군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 뉴시스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김연경을 중심으로 한 여자배구의 한일전 역전승과 4강 신화는 국민들의 가슴을 적셨다. 우하람(23·국민체육진흥공단)과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은 한국 다이빙과 육상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며 ‘빛나는 4위’라는 수식을 달았다.


이렇듯 도쿄올림픽은 메달을 획득하지 못해도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당당하게 표현한 우리 국가대표들의 모습이 유독 많았다. 금메달 지상주의에서 한발 벗어나 올림픽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일본 정부의 안일한 인식으로 ‘이상하고 불안한 올림픽’이라는 기록을 남겼지만 대한민국 선수들은 다양한 결실을 맺으며, 국민들에게 잊지 못할 올림픽을 선사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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