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 갈수록 늘어…“제품 출시에 속도”
환경오염·지속 가능한 미래 등 ‘긍정적 작용’
업계 관계자 “향후 제품 더욱 다양해 질 것”
새해에는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대체육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채식을 하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비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비건과는 거리가 멀었던 가정간편식은 물론, 프랜차이즈 디저트 전문점 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메뉴와 매장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앞장서면서, 국내 비건식품 시장의 성장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 유통·제조업체는 지난 2019년을 기점으로 비건 시장에 적극적 진출하고 있다. 과거 일부 중소 기업 제품으로 구색을 맞추고 해외 제품을 수출해 판매하는 단계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직접 연구하고 개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 개발 제품으로는 롯데푸드 제품이 있다. 롯데푸드는 국내 최초로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을 시장에 소개해 업계 비건 시장 진출을 앞당겼다. 2019년 식물성 대체육류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론칭해 국내 생산·판매를 기본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체육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1위 식품업체인 CJ제일제당은 ‘플랜테이블(Plantable)’이란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를 론칭했다. 비건 인증을 받은 100% 식물성 '비비고 만두' 제품을 국내와 호주, 싱가포르에서 이달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제품 생산에 속도가 붙으면 미주와 유럽, 이슬람 국가 등으로 수출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 비건 제품은 육류에 비해 수출 규제가 덜하기 때문에 이들 제품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농심도 올해 초 채식 브랜드 '베지가든(Veggie Garden)'을 내놓고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하고 있다. 베지가든은 식물성 대체육은 물론 냉동식품과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식물성 치즈 등 총 27개 라인업을 갖췄다.
특히 농심은 국내 식품업체 중 처음으로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만 제공하는 비건 전문 음식점 '베지가든 레스토랑'을 내년 4월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운영을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스테이크, 플래터, 버거, 파스타 등 20여 개의 음식을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에는 밀키트 1위 업체 프레시지가 대체육 밀키트 사업 본격화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또 한 번 바뀌었다. 그만큼 소비자 밥상에 자연스럽게 대체육이 등장할 날이 가까워지게 된 것이다. 프레시지는 대체육을 밀키트와 결합해 소비 접근성을 크게 높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자주 방문하는 프랜차이즈 디저트 전문점에서도 관련 메뉴를 쉽게 접할수 있게 됐다.
2016년부터 대체육 연구개발을 해 온 신세계푸드는 올 7월 대체육 브랜드인 ‘베러미트’를 론칭하고 샌드위치용 햄을 선보였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햄을 넣어 만든 스타벅스의 샌드위치는 '비건 샌드위치'라는 이름을 달고 나와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만개를 돌파했다.
신세계푸드는 대체육의 대중화를 위해 원물을 활용한 메뉴를 급식 및 외식 사업장에 선보이는 B2B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당장 식탁 위의 고기를 바꾸기 힘든 만큼 가공육을 활용한 외식 메뉴로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물성 제품 출시는 더욱 다양성을 띄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 기술력과 연구개발을 토대로 각종 즉석 편의식은 물론 소스와 양념 까지 그 종류도 무궁무진해 질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처럼 이들 기업이 비건식품 출시에 속도를 내는 까닭은 다양하다. 건강상 이유, 개인적 신념 등으로 동물성 식품을 멀리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육식의 경우, 단순 소비만으로도 파생되는 여러 문제점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더욱이 채식을 바라보는 눈도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채식주의를 가리켜 ‘유별난 식습관’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인식이 대폭 개선됐다. 이제는 여러 가치를 토대로 함께 동참하려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
특히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시장 확장에 더욱 탄력을 받았다.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가속화되는 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채식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대폭 늘게 됐다.
실제로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인구는 약 200만명 수준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를 2015년 4조2400억원, 올해 6조1900억원, 2023년 7조원으로 높은 성장세를 점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람의 입맛을 바꾸는 일이 가장 어렵고 까다롭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채식을 하는 인구가 확 늘어나진 않겠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요인이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반려 인구의 증가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육식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고, 기업 역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갈수록 사회적 책임을 추구하는 기업과 제품에 소비자들이 더 많은 지지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