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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청년들, 능력주의 과몰입"…샌델 "빈부격차 심화 원인"


입력 2021.12.21 15:01 수정 2021.12.21 15:01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이재명·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화상대담'

李 "학력, 부모 경제력과 일치…추첨제 공감"

샌델 "韓, 불평등·불공정 해결에 커다란 갈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공정과 정의'를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세계적인 석학'이자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와 공정과 정의, 능력주의 등을 두고 대담을 나눴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샌델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온라인 화상 대담을 진행했다.


"교수님의 책을 여러 차례 반복해 읽을 만큼 팬"이라며 말문을 연 이 후보는 "최근 교수님께서 공정하다는 게 과연 보기만큼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제가 고민하는 의제와 너무 일치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샌델 교수는 "기득권 계층이 자신들의 성공을 노력의 결과로 믿고 자만심을 갖는 것이 빈부격차 심화의 원인"이라며 "이런 현상을 제가 '공정하다는 착각'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어 "청년세대들이 능력주의에 상당히 많이 몰입된 상태다. 대한민국 사회에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청년들은) 결국 시험 성적으로, 현재 가진 최종 능력치에 따라 결론을 내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저성장 늪에 빠지면서 청년층은 기회 자체가 적어 경쟁이 전쟁이 되고 친구는 적이 되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공정성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오로지 '시험 결과만으로 해야지 왜 소수자나 약자를 배려하느냐'는 생각까지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쟁이 격화하니 소수자·취약층의 할당제를 통으로 폐지하자는 이야기가 많다.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며 "힘든 곳은 더 많이 배려하고 더 짧은 곳은 길게 지원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했다.


샌델 교수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경우에는 미국 상위 1% 가정에서 자라난 자녀의 입학생 수가 하위 90% 출신 자녀의 입학생 수보다 훨씬 많다"며 "능력주의는 결국 평등보다는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가져왔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언급하며 "치열한 한국의 입시경쟁을 보여준다"고 했고, 오징어게임에 대해선 "능력주의 결함과 체제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주는 패배감을 잘 나타내준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의 학력수준은 결국 부모의 경제력 수준과 거의 대부분 일치한다는 게 통계적으로도 드러났다"며 "능력주의가 극단적으로 발휘되는 게 학력주의"라고 했다.


그는 샌델 교수의 아이디어 중 '차라리 추첨제도가 더 공정하지 않을까'라는 부분을 언급하며 "공감하는 바가 많다. 추첨제가 현실사회에서 실현 가능할지, 하나의 정책으로 실천할 수 있을지 묻고싶다"고 했다.


샌델 교수는 "입시추첨제는 더 공정한 입학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 제도를 제안한 이유는 명성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것에는 자신의 노력뿐 아니라 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인지하게 해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이 후보는 공감을 표시하면서 "대한민국 입시제도에도 교수님이 말씀하신 추첨 요소가 조금은 가미돼 있다"며 "소수점까지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등급제를 도입한 것은 추첨제가 가진 장점을 일부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샌델 교수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젊은이들이 불평등과 불공정 해결에 관해 커다란 갈증이 있다는 걸 목격했다"며 "한국 젊은이들이 공정과 불공정에 대한 딜레마를 두고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 후보는 "기후위기, 디지털전환 등을 포함해 인류 역사에 기록될 만한 대대적 변화가 시작됐다"며 "누군가 심각하게 배제되지 않고 모두가 기회를 누리는 정의로운 전환이 가능해야 한다. 연대의식, 공공선, 부채의식 등을 조금씩 되새기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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