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카드 수수료 0.3%P 인하…"연 4700억 부담 경감"

매출액별로 감소분 차등 적용

"데이터·인프라 경쟁력 지원"

제도개선 TF 구성해 상생모색

2021년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하 방안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영세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인하했다. 적격비용 산정 결과, 추가 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대신 카드사를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 가능한 종합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23일 금융위는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기존 0.8%에서 0.5%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중소 가맹점으로 분류되는 연매출이 3억~5억원인 가맹점에는 1.3%로 적용되던 수수료율은 1.1%로 0.2%p 내린다. 5억~10억원 사이의 매출액을 기록한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도 1.4%에서 1.25%로 0.15%p 낮췄다. 10억~30억원 매출구간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1.6%에서 1.5%로 0.1%p 인하했다.

정부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따라, 적격비용에 기반한 수수료 체계를 도입해 3년마다 카드 수수료를 개편하고 있다. 이후 2012년(3300억원), 2015년(6700억원), 2018년(1조4000억원) 등 3차례에 걸친 수수료율 재산정의 영향으로 수수료 부담은 이미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이에 금융위는 올 연말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가 도래함에 따라, 재산정 결과에 기초해 우대수수료율 조정을 추진했다.

적격비용은 카드 수수료의 원가 개념으로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승인·정산비용 ▲마케팅비용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금융위가 올해 적격비용을 산정한 결과 2018년 이후 6900억원의 추가적인 인하 여력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18년 이후 가맹점 부담 경감을 위해 새로 시행한 정책으로 이미 경감된 금액인 연간 약 2200억원을 제외해 실질적인 인하 여력은 4700억원으로 추산했다.

금융위는 이번 조정대상 금액인 4700억원 내에서 영세한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보다 많이 경감되는 방향으로 수수료율을 조정할 방침이다. 이번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 가맹점 범위는 전체 가맹점의 96%에 달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간별 수수료율도 크게 낮아진데다 이번 수수료 개편으로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 약 220만개와 전체가맹점의 75% 중심으로 수수료 부담이 40% 크게 인하됐다"며 "2017년 이전과 비교할 경우 영세·자영업자가 고르게 수수료 부담 경감 혜택을 받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카드 수수료율 변동 결과(위) 및 신용+체크카드 수수료 부담 감소율(아래) ⓒ금융위원회

제도 시행 후 카드사가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얻기 어려워지면서 금융위는 소비자, 가맹점, 카드업계 중심으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해관계자 간 상생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우선 금융위는 카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결제·금융상품, 추천·자금관리·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카드사가 하나의 앱에서 다양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원스톱(One-stop)으로 제공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금융플랫폼' 이 가능하도록 겸영·부수업무 범위를 합리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 빅데이터 분석업무 등에 더해 데이터 관련 부수·겸영업무 확대한다. 규제샌드박스 운용을 병행해 카드사가 보유한 지급·결제정보를 마이데이터 사업 등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개선 추진할 계획이다. 카드사가 보유한 지급·결제정보에 더해, 비금융 플랫폼 정보 등을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등으로 씬파일러(Thin-filer)도 카드 서비스를 이용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카드사가 결제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 안전·편리한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방안도 마련한다. 기존 실물 신용카드단말기를 전제로 기술기준 운영하던 방안을 모바일 앱 방식 신용카드 단말기도 실물카드 단말기와 동일한 보안성을 가지면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이다. 핀테크 출자도 지원한다. 현재 운영중인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 범위 내에서 카드사의 핀테크기업 출자 등을 적극 검토한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 인하 방안은 오는 24일 여전업감독규정 개정안 입법예고한 뒤, 법제처 사전심사, 규개위 심사 등을 거쳐 1월말 금융위 의결 후 내년 1월 31일 부터 시행될 계획"이라며 "금융위는 카드산업 경쟁력을 위해 내년 1분기 중으로 이해관계자 간 상생을 위한 제도개선 TF를 구성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 추이 및 누적 수수료 경감 현황 ⓒ금융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