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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부동산 식언⑤] 임대사업자에 당근줬다 채찍줬다…그사이 망가진 시장


입력 2021.12.24 07:02 수정 2021.12.23 17:31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세제 혜택 부여하며 권장하던 제도 돌연 손질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거주하던 세입자에 '불똥'

보유세 부담 늘어난 집주인, 반전세·월세로 전환

"정부가 전세시장 흔들어…내년에도 상승세 계속될 것"

겹겹이 규제와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뉴시스

겹겹이 규제와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내년에도 전세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에선 정부의 오락가락한 정책이 임대차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고 지목한다. 시장 안정에 기여한 몇 안 되는 제도를 어설프게 손질해 오히려 세입자 주거 불안을 가중시켰단 지적이다.


24일 국내 주요 부동산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내년에도 전셋값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의 주택 전세가격이 2.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4%,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6.5%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정부가 임대차3법 시행과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시장에 매물이 늘고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등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거라 판단하는 데는 공급 부족 영향이 크다. 입주 물량이 해마다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는 대규모 공급대책 카드를 꺼냈지만, 현재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하진 못했다.


그나마 시세 대비 저렴한 금액으로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했던 등록임대주택 제도마저 유명무실해졌다. 등록임대주택 제도는 2017년 정부 여당이 임대물량 공급을 늘리기 위해 다주택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적극 권장하던 제도다.


반복되는 정책 실패에도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한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시세 대비 30~40%가량 싼 보증금으로 의무거주기간에 따라 장기간 거주가 가능해서다.


지난해 7·10대책에서는 아파트 장기매입임대와 모든 주택형의 단기매입임대를 폐지, 보증보험 가입 의무조항도 만들었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하지만 이듬해부터 정부는 다주택자가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며 제도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10대책에서는 아파트 장기매입임대와 모든 주택형의 단기매입임대를 폐지, 보증보험 가입 의무조항도 만들었다.


이로 인해 자동말소된 집주인들을 비롯해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례가 속출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8월 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본격 시행된 이후 4개월여 만인 12월 들어서 한시적 규제 완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도 이어지고 있다. 그간 임대사업자 관련 혜택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제도 폐지 유예 및 세 부담 완화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나섰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정책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실정이다. 임대사업자 지위가 말소된 다주택자들은 올해 대폭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올리거나 반전세, 월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성창엽 대한임대인협회장은 "정부가 전세제도 자체를 흔들고 있다"며 "기존 임대사업자들까지 무리하게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부여한 것도, 대출을 옥죈 것도 모두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철이 다가오고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시점이 도래하는 데다 내년도 공시가격 인상으로 세금이 올해보다 더 늘게 되면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올려서 충당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등록임대주택 제도를 통해서 안정적인 전세시장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었던 걸 정부가 나서서 망가뜨린 격"이라며 "내년에도 전셋값은 우상향 기조를 유지하고 보증부 월세시장으로의 전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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