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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규제‧역차별 ‘이중고’…“소비자 권익은 어디로”


입력 2022.01.07 07:27 수정 2022.01.07 08:56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오는 10일부터 ‘백신 미접종자’ 시설 이용 제한

업계 특수성 고려 못 해…“기업·소비자 불편 초래”

재난지원금 사용처서도 제외…형평성 논란 도마 위

영업환경 갈수록 악화…“생존할 수 있도록 해줘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QR코드로 출입 인증을 하고 있다.ⓒ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업종을 막론하고 전방위적 피해가 가시화 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 업계가 2년째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른 역차별을 받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방문 고객이 크게 줄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대형마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불황 타개는 물론 소비자 편익 마저 잃은지 오래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형평성이 결여된 방역지침 탓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방역패스’ 도입이 대표 사례다. 당장 오는 10일부터 ‘방역패스’가 적용되면서 지역 대형마트들은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 방역패스 지정에 대해 ‘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생활필수품을 판매하는 곳인 데다 식당·카페와 달리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시식코너 조차 운영하지 않지만 획일적이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단기적인 매출 하락보다 장기적인 고객 이탈을 더 크게 걱정하고 있다. 규제가 없는 편의점과 다이소 같은 균일가 매장에서 접근성과 가격을 무기로 마트 손님을 무섭게 빼앗아 가고 있는 상황인 데다, 비대면 소비 역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특히 비용과 관련해 파생되는 문제점도 다양하다.


A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방역패스를 검사하기 위한 인력 채용이 현장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거리두기를 언제 완화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기한 파트타임의 인력을 구하는 것 역시 적잖은 부담이다.


태블릿PC 설치비 등도 업계의 무거운 짐으로 직결되고 있다. 지난해 전자출입명부 도입으로 QR코드 확인용 단말기 렌탈에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심콜’ 등으로 인한 비용 역시 모두 업체가 부담하고 있다.


소비자 권리 측면에서의 잡음 역시 상당하다. 부득이한 사유로 백신접종을 받지 못하는 미접종자들의 일상을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딜 가도 출입이 제한되는 어려움을 겪어야 하면서 기저질환 환자와 임산부 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분노도 뒤따른다.


미접종자 차별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가 유통업체에 방역패스 도입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역할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크다.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객 불만은 결국 유통업체 직원들이 감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 필수품을 구매해야 하는 고객이 마트에 방문하지 못해 일상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단순 쇼핑 목적이 아닌, 병원이나 약국 등 마트 내 필수 시설 이용을 위해 방문한 고객들도 입장을 제한 받는 일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QR코드로 출입 인증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간 정부의 방역지침은 다양한 역차별을 낳았다. 재난지원금 사용처 배제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2020년 5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또 지난해 8월에도 전 국민 88%를 대상으로 25만원씩 지급하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다.


재난지원금 사용처 공개 이후 대형마트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채널별 사용가능 여부를 나누면서 형평성에 대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정부는 대형마트 업계를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사용처에서 제외시켰지만 편의점 등은 포함 시키면서 원성이 빗발쳤다.


대형마트 업계는 공식적으로 납품 업체 대부분이 중견·중소기업 등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대형 유통채널들이 정부가 주도하는 동행세일이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지만 지원금 사용처에서는 늘 제외 받는다고 호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용처에서 배제 됐지만, 사실 유통 판매채널은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업종이다보니 폭리를 취할 수 없는 구조”라며 “영업이익률이 1%에도 못 미친다. 매출이 10조원을 넘어도 영업이익은 1000억원 간당간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내수 진작을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취지와 다르게 당시 일부 국민들이 재난지원금을 외국계 회사에서 사용하는 등 역효과가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며 “신선식품 대부분이 국내 농가에서 들어오는 데도 몸집만 보고 판매채널만 나누어 규제하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대형마트 업계를 둘러싼 영업 환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는 최근 수년간 유통 산업 패러다임이 급격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몰로 넘어가면서 유통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1인가구 등의 영향으로 소비패턴까지 바뀌면서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유통산업발전법’이다. 대형마트 의무휴무제의 경우 지난 2012년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도입됐지만 실효성에 대한 문제는 여전하다. 모바일 쇼핑이 일상화 된 상황에서 한 번 이탈한 고객은 잘 돌아오지 않는 다는 점에서 업계의 큰 고민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대적 흐름’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에 맞는 극약처방을 통해 이제는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뜻이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방역패스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면 업계의 특수한 환경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고려해 줬으면 한다”며 “온라인 주문에 한해서라도 의무휴업일을 적용하지 않는다거나, 접종 확인 위치만이라도 변경해주는 등을 배려해주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것 같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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