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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따라 오른 주세’ 주류업계, 맥주 값 인상 ‘고심’


입력 2022.01.10 07:05 수정 2022.01.10 08:37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민생분야 세법 시행령 개정

맥주는 20원, 막걸리는 1원 올라

세금·원자잿값 올라 인상요인 충분

소비자, 가계부담 갈수록 커져…‘한숨’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주류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연동된 맥주와 막걸리에 대한 세율 인상을 앞두면서 제품 가격을 조정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주류업체들의 출고가 인상이 임박해졌지만 업계는 소비자들의 반감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 영향으로 식품 가격이 줄줄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주류 가격까지 오를 경우 소비자 저항과 가계 부담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일 기획재정부는 '2021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세법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맥주와 탁주(막걸리)에 붙는 세금 인상 내용이 담겼다. 인상된 세율은 오는 4월1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이 발표안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맥주와 막걸리(탁주)에 붙는 세금이 각각 리터(ℓ)당 20.8원, 1원씩 오른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주세에 반영한 것으로, 맥주와 막걸리의 소비자가격 역시 소폭 오를 전망이다. 500ml 캔맥주의 경우 10.4원 가격이 조정된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세법개정을 통해 지난해부터 맥주와 탁주에 대한 과세 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고 물가연동을 최초로 적용했다. 국내 생산 맥주와 수입 맥주간의 과세 표준이 달라서 수입 맥주 가격이 오히려 저렴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1일부터 직전연도 물가상승률 0.5%를 반영해 각각 ℓ당 834.4원, 41.9원의 세율이 적용됐다. 다만 지난해까지는 직전연도 물가상승 폭이 크지 않아 맥주는 4.1원, 막걸리는 0.2원 오르는 등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불확실성 등으로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2011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올해 주세율도 크게 올랐다. 종량세는 출고되는 주류의 양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산출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주류업계는 인상된 세금만큼 줄어드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맥주 업체 3사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지만 주세가 오를 경우 맥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지난해에도 주류 업체들은 세율에 따라 제품 가격을 조정한 바 있다. 가장 먼저 오비맥주가 카스 등 업소용 맥주를 일괄적으로 1.36% 올리자 하이트진로도 테라, 하이트 등 대표 상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막걸리 업체도 ‘장수생막걸리’가 출고가 120원을 올렸다.


다만 세율 인상에 대한 부담에도 주류업계는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경제적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섣불리 가격을 올렸다가 소비자와 주류 도매상의 반감을 사고 제품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상 차이는 적지만 이를 대량으로 취급하는 주류도매상과 업소들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민감한 주류시장 특성상 점유율의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는 점에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1년 만에 20원 넘게 오른 게 적은 금액은 아니다”며 “지난해처럼 제품별로 차등을 둘지, 일괄적으로 출고가를 올릴지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원자재 가격도 많이 올라서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물가에 연동한 종량세 방식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렇게 매년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데 아직 소비자들은 물가 연동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도봉구 창동 하나로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주류업계는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외식 경기가 침체한 데다 기존에 해오던 판촉 활동도 막힌지 오래기 때문이다. 홈술·혼술의 문화가 주류 시장의 공백을 대체해 나가고 있지만, 유흥주점 등 ‘큰 손님’이 자취를 감추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문제는 호프집과 식당 등 소매점 주류매출의 급감은 주류 도매사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 다시 제조사의 어려움으로 직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년째 이어지는 거리두기 격상 조치로 인해 주류업계는 전례 없는 최악의 보릿고개를 만났다.


그렇다고 자구책 마련도 쉽지 않다. 주류 마케팅의 경우 자칫 음주 문화를 조장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올해도 대안은 무알콜, 저도주를 앞세운 가정시장 공략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2년이 주류 업계에 있어선 매우 매우 큰 타격을 줬다”며 “술은 크게 마트 편의점과 같은 유통채널이나 식당 두 곳에서 판매되는데 하나의 축을 잃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해 회복 요인도 장담할 수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소비자들도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하루가 멀다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탓이다. 특히 맥주와 막걸리는 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주종으로 손꼽힌다. 행진하는 물가 속에서 ‘서민 술’ 맥줏값마저 오르면 서민 부담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가공식품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1~2분기에는 소재식품 기업을 중심으로 한 인상이 이뤄졌고 3~4분기는 돼지고기, 밀가루, 원유 가격 인상의 후폭풍으로 라면·과자·유제품 등 가공식품 업체들의 인상으로 이어졌다.


밥상 물가 상승은 올해 초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제 곡물 가격이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상승을 멈추고 하방 압력을 받으면서 안정화된 이후 밥상 물가도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의식주 전반적으로 크게 오르면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전망 역시 밝지 않다”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물가안정 및 특단의 서민지원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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