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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자료 조회' 놓고 박범계-법무부 엇박자?…법조계 "절충점 찾아 법 개정"


입력 2022.01.21 05:14 수정 2022.01.21 15:22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법무부 "장관과 입장 차 없다…인권침해 소지에 동의하고 신중히 검토할 것"

법조계 "기본권 침해 정도 여부, 국가권력의 자의적 판단 사안 아냐"

"수사 대상 오르면 자기방어권 행사할 수 있어야…상황 따라 통보기간 조정 절충안 필요"

박범계 법무부 장관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통신자료 제공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는 절차를 의무화하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놓고 법무부와 박범계 장관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는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장관과 입장 차는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사전 고지 없는 통신자료 조회는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자료 조회 행위를 방관하는 것인 만큼 당사자에게 조회 사실을 통지하는 법 개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허은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0명은 이동통신사가 수사기관에 통신이용자정보를 제공할 경우 당사자에게 제공 사실을 알리는 절차를 두자는 내용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이동통신사가 법원 영장 없이 수사기관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이 포함된 통신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통지' 절차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번 개정법률안에 대해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지난 18일 입장문을 통해 "통신자료 취득 행위는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은 임의수사에 해당한다"며 "가입자정보 조회에 불과해 기본권침해 정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범죄 관련성이 높은 자에 대한 통지는 수사 초기 범죄를 은닉하게 하고, 범죄 관련성이 낮은 자에 대한 통지는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감을 유발하게 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같은 날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현행 통신자료 조회 제도에 대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지금처럼 영장없이 무제한으로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틀림없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입장문과 다른 견해를 내놓은 것이 아닌가하는 해석이 나온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2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법무부와 박범계 장관 사이 입장차는 없다. 여러 인권 단체에서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것에 대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는 상황에서 법무부도 이에 동의하고 신중하게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라며"박 장관 또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봐 법무부와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입구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법조계 전문가들은 조회 사실에 대한 통지 기한을 정해두되 사안에 따라 유예를 가능하게 하는 절충안을 마련해 수사기관의 통신 조회 남발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침해 정도가 낮을 뿐, 법무부는 입장문에서 이미 기본권 침해를 인정하고 있다"며 "기본권 침해 정도가 낮은지 높은지에 대해서는 국가 권력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통신자료 수집 후 바로 통지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통지할 때까지 일정 기간을 두면 된다"라며 "예를 들어 당사자가 6개월 후면 자신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수사기관들도 책임감을 갖고 조회에 신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자료도 개인 정보의 일환이기에 수사 목적 때문이라도 조회를 했다면 당연히 당사자에게 통지해야 하는 것"이라며 "특히 수사 대상에 올랐다면 개인 정보 주체는 자기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통지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또 "통신자료 조회가 수사 기밀에 해당하는 사안인지, 범죄 관련성이 높은 자인지 등은 수사기관이 판단할 게 아니라 법원 등 제3자가 판단할 일"이라며 "수사 기밀이 문제라면 법원의 영장이나 허가증을 구해 '수집한 날로부터 한 달 안에 통보하라' 또는 '기밀성이 요구되니 석 달 안에 통보하라' 식으로 통보 기간을 조정해 조회 당사자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통신자료 조회는 명백한 기본권 침해이고 현행법대로라면 수사기관이 조회를 남발할 수 있기 떄문에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다만 법무부의 우려대로 이는 범죄 증거를 은닉할 시간을 벌어줄 수도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통지 기한을 정해두되 필요와 사안에 따라 유예해주는 절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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