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개봉
'해적: 도깨비 깃발'은 한효주에게 '도전' 그 자체였다. 청순한 이미지로 사랑받은 한효주는, 이번 작품에서 해적선의 리더 해랑으로 분해 진한 메이크업으로 강렬한 인상을 만들고 밧줄을 타고 날아다니거나, 뛰어난 검술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해랑의 책임감으로 점철된 강인한 모습부터 단원을 두루 챙기는 따뜻한 면모까지 다채롭게 표현했다.
지금 돌아봐도 후회되지 않을 만큼 열심히 했고, 잘 해내려 욕심을 냈다. 2018년 '인랑' 이후 4년 만의 스크린 컴백으로 새로운 얼굴로 관객과 만나는 일은 설렘과 부담이 언제나 공존한다.
"개봉 전에는 복합적인 마음인 것 같아요. 그래도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게 된 작품이 '해적: 도깨비 깃발'이라 마음이 좀 덜 무거워요. 유쾌하고 온 가족이 어렵게 볼 수 있는 영화니까요. '해적'은 시나리오도 유쾌하고 함께한 배우들도 좋은 사람들이라 촬영장이 재미있겠단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너무 즐거웠고 홍보 활동도 재미있게 했어요."
'해적: 도깨비 깃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2014년 여름 개봉해 866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던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후속작이다. 한효주는 손예진의 뒤를 이어 '해적: 도깨비 깃발'을 이끌게 됐다.
"'해적1'이 너무 큰 사랑을 받았고, 손예진 선배님의 여월 캐릭터도 너무 매력적이라 그 계보를 이어갈 수 있어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사랑을 많이 받은 작품이니 부담이 없으면 거짓말일 거고요. 그냥 전작의 명성과 선배님의 캐릭터에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미국 드라마 '트레드스톤'에서 액션 연기를 한 적은 있었지만 검술 액션은 처음이었다. 잘 해내고자 하루빨리 훈련에 돌입했고 3개월 동안 매진했다. 그의 구슬땀은 스크린에서 시원시원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액션으로 잘 표현됐다.
"검을 쓰는 액션을 처음 해봐서, 검술 액션을 위해 훈련을 일찍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처음 검을 들었을 때 느낌이 낯설어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했어요. 정말 이 역할을 잘 해내고 싶었거든요. 여배우로서 하는 액션이 어색하지 않길 바랐어요. 그래서 더 욕심을 낸 것 같아요. 그래서 3개월 정도 가량 훈련했어요. 검술 액션뿐 아니라 검술을 쓰기 위한 기본 훈련, 와이어 액션, 수중 훈련 등 다양한 훈련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어요."
액션, 수중 훈련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발성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해적단을 이끄는 단주 해랑이 쓰는 말투와 톤, 목소리 크기 등은 기존과 같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또 단원들에게 명령을 할 때와 일상, 그리고 무치 앞에서의 말투를 구분해 해랑 캐릭터를 변주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해랑 캐릭터 말투를 많이 고민했어요. 처음 듣는 목소리다 보니 아무래도 어색해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일단 발성 연습을 많이 했고요. 큰 목소리를 낼 때가 많은 것 같아 발성 연습을 했어요. 그전까지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낼 일이 많이 없어가지고,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 따로 시간을 내서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발성연습을 다녔죠. 이렇게 이야기하면 생색내는 것 같은데, 열심히 하긴 했어요.(웃음) 현장에서 제가 우왕좌왕하지 않으려고 저를 위해 열심히 한 것 같아요."
'해적: 도깨비 깃발'의 시대적 배경은 고려 말 조선 초기로, 실제 있었던 역사에서 가져왔지만, 사실 영화가 전개되는 방식은 완벽한 판타지를 지향한다. 배우들은 CG를 입히기 위해 그린 매트 위에서 연기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한효주는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면서도 자신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웠다.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웃을 일이 많더라고요.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우리끼리 연기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하면서 이야기 많이 했거든요. 우리 눈에 보이는 건 그린 매트밖에 없으니까 '저게 다 바다가 되겠지?' '저기에 불이 솟겠지?' 상상하면서 연기했죠.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효주는 '해적: 도깨비 깃발'의 가장 큰 매력은 전편과 별개로 새로운 이야기라는 점과 캐릭터들의 케미스트리를 꼽았다.
"전편을 보지 않았어도 새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할 때는 '해적: 도깨비 깃발'은 주연 배우가 도드라지게 보이는 영화라기보다 전체적으로 나온 모든 캐릭터가 살아움직이는, 그래서 더 재미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심지어 나오는 펭귄까지도요. 모든 캐릭터들이 다양하게 살아움직이며 케미스트리가 어우러져 관객들이 더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을 겁니다."
한효주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쌓이는 안정감을 좋아한다. 배우뿐 아닌 인간 한효주에게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현장에서 조금씩 즐길 여유가 생겼고, 잘해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만들어가는 재미를 깨달았다. '경험에서 오는 견고함'을 통해 또 다른 도전을 하며 한효주라는 도화지를 천천히 칠해나가고 싶다.
"이제 진짜 일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지금처럼 도전하는 것을 겁내지 않고, 늘 새로운 도전을 하지만 그게 납득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