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용 원자재價상승세 지속…완성차-배터리사 고정비용 부담↑
공급망 다각화 및 저가 소재 확보로 비용 부담 최소화 나설 듯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배터리용 원자재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높은 품질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원자재 확보가 올해 국내 완성차-배터리사들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배터리업체들은 해외 에너지·광물 회사와의 원료 계약으로 수급 다각화에 나서는 한편 원가 부담을 낮춘 차세대 배터리 개발로 해법을 찾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수요 증가로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계속 급등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최근 니켈 가격은 t당 2만3221달러로 지난해 초와 비교해 32.51% 올랐다.
코발트는 56.99% 상승한 t당 7만1000달러이며, 리튬은 177.57% 오른 5만9426달러를 나타냈다. 망간 역시 7.2% 올랐다.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은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등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로 배터리 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배터리 원료 가격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원가 부담이 늘자 국내외 배터리사들은 최근 배터리 가격 인상에 나섰다.
외신 등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가 올해 원통형 배터리 가격을 8~10% 가량 올렸다고 보도했다. 중국 BYD 역시 지난해 말부터 배터리값을 20% 일괄 인상했다.
배터리값이 눈에 띄게 오르면서 전기차 판매가격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NEF는 올해 배터리팩 가격이 kWh(키로와트아워)당 135달러(약 16만원)로 지난해 보다 2.3%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동등해지는 시점이 4년 뒤인 2026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당초 전망 보다 2년을 늦춘 것으로, 당분간 전기차 가격 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진단으로 해석된다.
이에 국내 배터리사들은 올해 원료 공급망을 최대한 늘리는 한편, 다양한 저가 소재 확보로 수익성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지난달 2021년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코발트, 니켈, 리튬, 구리, 알루미늄 등 주요 원소재 가격은 배터리 판매 가격에 연동하고 있어 수익성에는 제한적"이라면서도 "가격이 연동되지 않는 일부 소재나 부품은 가격 상승에 따른 리스크가 일부 있다"며 향후 비용 상승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협력사와의 장기공급계약, 다양한 소스(출처)를 통한 저가 소재 확보 등으로 사업 수익성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구리와 알루미늄 등 일부 소재는 비연동되고 있어 수익성에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 하반기부터 원소재 공급이 추가돼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가격 이슈가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배터리사들은 최근까지도 글로벌 에너지·광물 회사들과의 협력을 다각화하며 원료 수급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독일 ‘벌칸 에너지(Vulcan Energy)’와 수산화리튬 공급 계약을 맺고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수산화리튬 4만5000t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는 한 번 충전으로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 약 110만대 분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양극재 제조사 에코프로비엠으로부터 2024년부터 2026년까지 10조원대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받기로 했다. 또 분리막과 동박의 경우 SKIET, SK넥실리스를 통해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사들은 원료부터 소재까지 아우르는 배터리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과 더불어 원가 부담을 낮춘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컨퍼런스콜에서 "코발트 프리(없는) 또는 코발트 리스(적은) 배터리 기술 통해 리튬인산철(LFP)와 경쟁 가능한 원가를 달성할 것"이라며 "LFP 양극재 기술 동향도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하겠다"고 언급했다. LFP 배터리는 철을 양극재로 하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낮으며, 폭발 위험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SK이노베이션도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춘 LFP 배터리를 개발하는 한편 차세대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서도 빠르게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온(25℃)에서도 빠른 속도로 충전이 가능한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 기술 공동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 만큼 공급이 따라주지 못해 제품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면서 "광산 추가 개발 등 공급 문제가 해소되면 메탈 가격 이슈도 서서히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자원외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으며 기업은 배터리 기술 차별화를 통한 경쟁 우위 확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