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 전망에 '배당+자사주 매입'
"이익감소 불가피…주가 방어 적극"
국내 증권사들이 연초부터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로 증시가 활황을 띠면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만큼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주가 부양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번 결산 배당에서 배당금으로 보통주 1주당 3800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번 배당금 총액은 3393억원으로 지난해(1965억원) 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다.
삼성증권의 시가배당률은 2018년 회계연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4% 이상을 유지했다. 이 같은 시가배당률은 견조한 실적에서 비롯됐다. 삼성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3111억원, 세전이익은 1조327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3%, 94% 급증하며 모두 '1조클럽'에 합류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공격적인 배당 정책과 함께 자사주 매입카드를 꺼내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올해까지 키움증권‧메리츠증권·미래에셋증권·KTB투자증권·SK증권·신영증권 등이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
증권업계 최초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미래에셋증권은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올해 주가 방어에 나서고 있다. 올해 현금배당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보통주 300원으로 결정한데 이어 자사주 2000만주 소각을 실시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분기와 3분기에도 각각 1000만주, 1050만주의 자사주 매입과 1000만주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변동성이 커진 시장 환경에서도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주환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오는 5월까지 439억5000만원 규모의 자사주 50만주를 장내매수 방식으로 매입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미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총 3400억원 규모의 소각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하며 주가 상승세를 탔다.
연초 하락장서 증권주는 '선방중'
무엇보다 증권사 입장에선 올해 긴축 우려와 금리인상 흐름이 맞물려 증시에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어 적극적인 주가 부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증권주가 하락장에서 '만년 저평가' 족쇄를 풀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까지 주가 흐름은 나쁘지 않다. KRX증권지수는 올해 첫거래일인 지난달 3일부터 지난 3일까지 5.91% 빠졌지만, 1월 한달 간 코스피 전체 하락률(10.56%)을 고려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 3~4일 이틀간 KRX증권지수는 3.86%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 활황으로 중개 수수료(브로커리지)를 넉넉히 챙겼지만, 올해에는 하락장에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으로 주가하락을 방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일평균거래대금이 20조원 초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업종의 단기 모멘텀은 다소 제한적"이라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최근의 어려운 증시환경에서 하방 경직성을 확보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을 지나고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증권사들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에 대한 부담이 있고, 올해 하반기 뚜렷한 이익 감소도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