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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러시아-우크라 사태…정유사 득실 '셈법분주'


입력 2022.02.14 11:56 수정 2022.02.14 11:58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국제유가 150달러 급등 전망…지정학적 리스크에 불확실성 가중

1Q 재고평가이익 전망에도 "유가 너무 오르면 수요에 악영향"

지난해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난 모습. ⓒAP/뉴시스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국제유가가 널뛰기를 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10달러나 상승하며 90달러를 훌쩍 넘긴 원유 가격은 전쟁 발발 시 많게는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라도 너무 오르는 원유 가격에 국내 정유사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당장은 재고평가이익이 늘어나지만 고유가 상황이 오래갈수록 제품 수요가 위축돼 장기적으로는 손실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11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평균 92.6달러를 기록했다. WTI(서부텍사스유) 가격은 93.1달러로 한 달 전 81.22달러 보다 11.88달러(14.6%) 올랐다.


두바이유는 10.28달러(12.9%) 많은 90.25달러, 브렌트유는 10.72달러(12.8%) 상승한 94.44달러다. WTI와 브렌트유는 올해 들어 최고치다.


최근 90달러대로 급격히 오른 유가는 '위드코로나'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등 지정학적 이슈가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지도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이 참여한 화상회의에서 "러시아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침공을 실시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침공일은 16일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이 우크라이나 내 자국민들에게 48시간 이내 철수를 권고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 유가는 많게는 15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JP모건은 양국을 둘러싼 갈등이 공급 쇼크로 이어질 경우, 올 1분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미국 등의 제재로 러시아 원유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러시아는 전세계 원유 교역량의 12% 정도인 하루 5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러시아 원유 수출이 실제로 줄어들게 되면, 글로벌 수급 균형이 깨지면서 원유값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도 함께 축소되면 대체재인 정유 제품 수요를 부추겨 원유 수급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은 가스 소비량의 3분의 1을 러시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은 작년 12월 말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해 천연가스 공급난 우려를 가중시켰다.


러시아-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이 날로 심화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긴장도 커지고 있다. 현재 석유 제품 수요 회복 보다는 공급 불안이 유가를 밀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이해득실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를 둘러싼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재고평가이익(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차이를 통해 갖는 이익) 등 긍정적인 영향과 석유제품 수요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 모두를 살피고 있다.


국내 정유4사 로고ⓒ각사

국제유가 상승은 통상 정유사들에게 재고평가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유사는 원유를 매입한 후 정제 과정을 거쳐 통상 2~3개월 후에 판매하기 때문에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싸게 산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올라 이익을 본다.


다만 최근 유가는 탄탄한 수요 회복 보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중동 지역 분쟁 등 외부적 요인이 더 크기 때문에 이런 이슈들이 해소되면 급등했던 원유 가격은 조정받게 되고, 최악의 경우 단기간에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정유사들은 거꾸로 재고평가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현재의 고유가를 호재로만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국제유가가 지나치게 올라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 수요가 위축돼 정유사들의 마진(제품-원유 가격차이)이 악화될 수 있다. 만일 제품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유값만 계속 오르면 원재료 부담으로 정유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급등하면 단기적으로는 재고관련이익이 늘어나지만, 반대로 폭락하면 그만큼 손실이 불가피하다"면서 "고유가가 장기간 이어지게 될 경우, 석유 제품 수요가 위축돼 정유업계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유가 급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면 국내 정유업계의 내수·수출 감소와 마진 하락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천연가스 등의 공급축소 및 가격 급등으로 대체재인 석유 제품에 수요가 몰리면서 석유 제품 수요 감소는 예상 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제품 가격이 많이 오르면 대체재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으나, 최근 들어선 대체재 가격도 만만치 않게 오르고 있어 수요 위축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조기 해소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증산 등이 유가를 안정시킬 해법이 될 것으로 본다.


현재 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미국의 추가 증산 요청에도 하루 평균 40만배럴 증산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쟁이 단기간에 종료되고, OPEC 등에서 고유가를 완화하기 위한 증산 등을 결정한다면 유가는 조정을 받게 되고, 수요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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