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민주당→민주당의 이재명'…"나도 민주당의 일원"
"득표 효과 낮아…중도층 표 갉아 먹는 역효과 발생할 수도"
정권 교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이념적 색채를 빼는데 주력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다시금 민주당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간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후 한번도 입지 않았던 파란색 유세 점퍼를 걸쳤고,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러내며 지지층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또 거리를 두던 문재인 정부와 '정치보복' 발언을 기점으로 지킴이를 자처하며 친문 결집도 시도하는 모습이다.
18일 전남 순천 연항패션거리 유세에 나선 이 후보는 민주당 공식 파란색 점퍼를 입고 등장했다. 그간 양복에 코트 차림으로 유세를 나섰던 이 후보는 공식선거 운동 기간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유세 점퍼를 걸쳤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지지층 결집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간 정권교체 여론을 피하기 위해 이념을 드러내는 일을 극도로 자제했던 이 후보 측도 차츰 당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출신의 전 대통령을 찾는 일도 많아졌다. 경기도를 기반으로 커 온 이 후보가 민주당의 텃밭이자 지지층이 견고한 호남권에서 기대만큼의 지지를 받지 못하자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순천 유세에서 "IMF 위기 때 김대중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었고 '대중경제론'을 쓸 만큼 경제에 박식했고 미래를 보는 혜안, 통찰력이 있어 위기를 신속히 극복했다"고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5일에는 전 대통령들의 어록을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기가 정말 어렵다.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담벼락에 고함이라도 지르라'고,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하셨다"며 "여러분이 그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자신의 SNS에 부산방문 소감을 전하며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기도 했다. 글 말미에 '우리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라며, 가수 양희은씨가 부른 곡 '상록수' 가사를 적었다. 상록수는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정부와 거리를 두는 차별화 전략도 자제하는 모습이다. 후계자가 아니라며 선을 긋던 이 후보는 이젠 오히려 문 정부의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정치보복' 발언이 나온 이후 이 후보는 "나는 문재인 정부, 민주당 정부의 일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의 '문재인 정부 과오 반성'을 이유로 비판을 가하던 것과는 다른 결의 메시지를 냈다. 친문 세력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친문 격인 이낙연 전 대표의 총괄선대위원장 합류와 문 대통령이 적폐 발언에 직접적으로 불쾌감을 표하며 참전하는 형식을 띠게 되며 이 후보 측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민주당의 이재명' 메시지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지지율 반등이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치보복 발언 이후 편승해가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이는데, 이 같은 행보는 득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문 정부와 차별화를 보이며 공략하던 중도층의 표만 괜히 갉아먹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민주당의 일원임을 강조할 수록 정권교체 여론을 피해가긴 어려워진다"며 "결국 윤 후보가 정권 교체 선봉장이 되는 계기가 됐던 추미애과 윤석열 간의 갈등 또는 조국수사 등의 사건이나 현 정부의 실정들이 민주당 소속인 이 후보가 떠안아야 될 짐이 되는 셈인데, 이는 현 상황에서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