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재개 시점 '저울질'
인플레 압력 '최대 변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가 현재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하며 분명한 시그널을 내보인 만큼,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최고 2%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24일 개최한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로 동결했다. 금통위원 모두 기준금리 동결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8월과 11월에 각각 0.25%p씩의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연 1.00%까지 높였다. 이어 올해 1월에도 0.25%p 인상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는 연 1.25%까지 조정된 상태였다
이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로 수준까지 떨어졌던 기준금리는 빠르게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은 금통위는 2020년 3월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시장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낮추는 빅컷을 단행했고, 이후 같은 해 5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0%까지 내린 바 있다.
시장은 그동안 한은이 질서 있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강조해 온 만큼, 기준금리를 동결해 속도 조절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자영업자와 가계부채에 부담을 가중 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은은 최근 연속 두 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에 따른 파급효과를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이 총재는 “그동안 선제적 금리 인상을 단행한 만큼 현 시점에선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대외여건 변화가 국내에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칠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현재 금리 여전히 완화적”
금융권은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이 재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이 총재가 퇴임한 후 신임 총재가 주재하는 금통위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 총재 또한 물가 오름세와 금융 불균형의 위험을 감안해 완화 정도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기준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며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려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2.0%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총재 역시 “시장의 그런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물가 오름세도 높고 금융 불균형 위험도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완화 정도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하는 게 금통위 다수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기준금리의 상승폭을 좌우할 가장 큰 요인은 물가다. 앞으로 물가 상승률이 가팔라질 경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압박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1%로 1.1%p 상향 조정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에너지가격과 고물과 흐름 유지 등을 고려한다면 오는 5월과 8월 중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으며 연말 기준금리는 1.7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