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영업중기연합, 25일 밤 24시간 영업 강행 선포식…27일까지 진행 예정
중기연합 "시간제한·손실보상 기준 철폐하라…이제 헌법상 저항권 사용할 것"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정부 방역조치 어기고 목을 쳐달라는 용기 냈다"
관할 구청 "공익적 차원서 감염병예방법 위반 고발 조치할 것…지금이라도 영업 중단하라"
25일 밤, 정부의 방역지침에 반발한 자영업단체가 '24시간 영업 강행' 선포식을 열었다. 다행히 단체와 경찰 간 물리적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감염병위반법 위반 단속권이 행정기관에 있다는 입장이었고, 구청도 당장의 제재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관할 구청 측은 "원칙대로 감염병예방법 위반 고발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자영업중기연합(중기연합)은 25일 밤10시 서울 '인생횟집' 앞에서 "오늘부터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불복하고 24시간 영업을 개시한다"며 "시간제한 철폐하고 손실보상 소급시행하라"고 촉구했다. 현행 방역수칙 영업제한 시간인 밤10시가 훌쩍 넘었지만 가게 안은 여전히 5개 이상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술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인생횟집 앞에 모인 20여명의 자영업자들은 촛불을 들고 "더 이상 희생은 모두가 죽는 길, 온전한 손실보상, 완전한 영업"이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는 견딜 수 없는 경제적 파산으로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것이 밤10시 이후 영업제한이라는 정부의 무서운 방역조치를 겁 없이 어기고 목을 쳐달라는 용기를 내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지금 즉시, 당장 연매출과 상관없이 피해 입은 만큼 보상금을 지급해 달라"며 "그렇지 않으면 여기 있는 자영업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지키기 위해 헌법 정신이 보장하는 저항권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외쳤다. 모인 자영업자들은 구호와 성명에 맞춰 환호성을 보냈다.
중기연합은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의 14개 구성 단체 가운데 하나로, 연매출 10억원이 넘는 자영업자들이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데 반발해 결성했다. 이날 참여한 자영업자 대다수가 연매출 10억원이 넘는 자영업자들로, 손실보상 기준과 시간 제한 조치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표했다.
박철우 중기연합 공동대표는 "30년 동안 아내랑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서울에서 호프집을 차렸는데 방역지침으로 손해를 보다 결국 지금 명도소송까지 당했다"며 "지난 5개월간 매일 타들어가는 가슴으로 아침 저녁으로 중소기업벤처부에 전화를 하는데 전화 연결조차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인생횟집을 지지하기 위해 왔다는 용산구의 음식점 업주 권모(41)씨는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 때부터 줄곧 수억씩 손해와 적자를 봤지만 코로나19 이전 매출 기준 10억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방역지원금, 손실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법인 산하 가게가 5곳이었는데 3곳이 폐업했고, 직원도 120명에서 15명으로 줄었는데 정부가 진심으로 보상을 해주고 싶다면 매출이 아니라 손실을 따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음식점 업주 김모(39)씨도 "많은 자영업자들이 인생횟집처럼 24시간 영업을 하고 싶지만 훗날 손실보상이나 방역지원금을 아예 못받을까봐 참고 있다"며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해보고자 하는 꿈이 컸을 뿐인데 피해를 다 감당하라고 하니 너무 공평하지 않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약 1시간 가량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지나가던 시민들 10~20명은 가던 길을 멈추고 호응하기도 했다. 시민 배모(20)씨는 "아버지가 일식집을 운영하셔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공감이 간다"며 "직장인들이 퇴근하면 저녁 6~7시인데 밤 9시, 10시로 영업시간을 제한해놓으니 오히려 그 시간에만 몰려 방역에도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밤 10시 50분, 행사가 끝나자 자영업자들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술과 음식을 먹으며 24시간 영업을 이어나갔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현장에 온 구청 공무원과 경찰을 향해 "24시간 영업을 버젓이 하면서 지침을 어기고 있는데 왜 제재 집행을 하지 않느냐"며 "애초에 방역지침에 오류가 있는 것이다. 나도 내일부터 24시간 가게를 열겠다"고 역으로 항의했다.
이날 구청 공무원은 "여러가지 안타까운 상황에서도 다수의 자영업자들은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다"며 "구청은 공익적 차원에서 감염병예방법 위반에 따른 고발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불쾌하거나 위기의식을 갖는 시민들도 많으니 지금이라도 영업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인생횟집의 양승민 대표는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중기연합 관계자들도 "2~3년을 기다렸고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별다른 제재나 긴장상황 없이 구청 직원과 경찰들은 자리를 떴다.
중기연합은 '24시간 영업 강행'을 이날부터 27일까지 3일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