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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전사로 돌아온 나훈아


입력 2022.02.26 07:10 수정 2022.02.26 06:45        데스크 (desk@dailian.co.kr)

나훈아 데뷔 55주년 기념 앨범 ‘일곱 빛 향기’ 재킷. ⓒ

나훈아의 새 앨범이 나왔다. 데뷔 55주년 기념 앨범 ‘일곱 빛 향기’다. 나훈아는 이번 앨범에 대해 "오롯이 55년의 짧지 않은 세월이건만 나는 여태 길 끝에서 음악을 만지고 있다. 아프고 혼란스런 모두의 마음이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듯 신곡 일곱 빛 향기의 일곱 곡은 나와 모두를 보듬고 달래고 싶은 소망의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했다.


요즘 젊은 가수들도 선뜻 앨범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앨범 발매에 드는 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원로 가수인 나훈아가 연이어 앨범을 내는 것은 가요계에 귀감이 될 만한 일이다.


보통 원로 가수들은 과거 히트곡들을 내세워 행사나 디너쇼 같은 활동을 한다고 알려졌다. 신곡을 내도 이벤트 형식으로 싱글 정도를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나훈아는 연이어 앨범 작업을 하고 있다.


작곡작사를 스스로 하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 2017년엔 자작곡 ‘남자의 인생’을 히트시켰고, 2020년엔 ‘테스형’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명자’와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도 명곡으로 자리잡았다. 고령층이 되고 나서도 이렇게 끊임없이 히트작들을 생산하는 건 매우 보기 드문 모습이다.


이번 앨범도 ‘맞짱’, ‘체인지’, ‘누망’, ‘친정 엄마 (아내의 엄마)’, ‘사랑의 지혜’, ‘매우 (梅雨)’, ‘끈 (미련 곰탱이)’ 등 전곡이 자작곡으로 채워졌다. 기왕에 쌓은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창작의 산고를 자청하는 뮤지션의 전범이다.


흔히 트로트 가수들의 뮤직비디오가 노래하는 모습 위주로 간략하게 만들어지는 데 반해, 나훈아는 이번 앨범의 뮤직비디오에도 마치 한류 아이돌처럼 물량을 투입했다. 일단 반응이 터진 건 ‘맞짱’의 뮤직비디오다. 공개하자마자 즉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펴져갔다. 공개 이틀만에 유튜브 조회수 30만회를 넘어섰다. 인기급상승 음악 순위에선 태연‧스테이씨‧엔믹스 등 아이돌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원로 가수의 신곡으로선 대단히 이레적인 현상이다.


나훈아가 판타지 속 전사로 등장해 악마와 대결하는 듯한 설정인데, 마치 미국 판타지 영상물 같은 분위기로 만들어졌다. 누리꾼들은 이 뮤직비디오 속 나훈아의 모습이 넷플릭스 드라마 ‘ 더 위쳐’의 개롤트 같다며 나훈아를 코린안 게롤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훈아의 판타지 전사 ‘짤’이 인터넷 밈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체인지’의 뮤직비디오도 파격적이다. 이 노래는 젊은 세대가 선호는 EDM 스타일을 도입했고, 뮤직비디오엔 국내 최고의 팝핑 댄스 크루인 ‘월드 페임 어스(WORLD FAME US)’가 출연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나훈아도 포인트 안무를 선보인다.


나훈아는 이렇게 새로운 트렌드에 도전하면서 문화적 젊음을 유지한다. 이래서 영원한 현역인 것이다. 나이가 30대 후반만 넘어가도 도전을 멈추거나 새로운 창작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훈아의 이런 도전이 놀라울 수밖에 없다.


그는 뮤지션으로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항상 준비하고 관리하면서 살아왔다고 했다. 평생동안 그렇게 한 길을 걸으면서 이제는 젊은 세대가 존경하는 가황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한동안 일각에선 너무 과도하게 사생활에 관심을 갖거나 신비주의라며 조롱했었다. 모든 뮤지션이 방송과 인터넷에서 사적인 부분까지 공개하는 연예인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자신만의 예술에 절차탁마하는 음악인을 과거 너무 폄하한 느낌이다.


그런 분위기에서도 나훈아는 계속해서 창조하고 도전해 이젠 누구도 평가절하하지 못하는 큰 산이 되었다. 과연 나훈아의 도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후배들에게 사표가 될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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