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 1만9454대…전년 동월비 12.7% 줄어
'반도체 한파' 속 벤츠·BMW 선전…非 독일계 브랜드는 '부진'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수입차 브랜드들의 국내 판매실적이 올해 들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체 판매량은 부진했지만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업계 1·2위 브랜드의 판매량은 모두 5000대를 크게 웃돌며 저력을 과시했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대수는 1만9454대로 전년 동월 대비 12.7% 감소했다. 다만 전월 대비로는 12.1% 증가했다.
반도체 대란에 따른 재고 부족으로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들의 판매 실적이 부진했지만,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와 BMW 코리아 모두 5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상대적으로 선방한 모습을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2월 판매량이 5970대로 전년 동월 5707대와 비교해 4.6% 늘었다. 이로써 메르세데스-벤츠는 BMW에 내줬던 1위 자리를 한 달 만에 되찾았다.
베스트셀링 모델인 E클래스와 S클래스가 2671대, 1636대를 기록하며 전체 판매량을 견인했고, CLA와 A클래스도 481대, 413대 팔리며 실적에 힘을 보탰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콤팩트 모델의 대기 수요가 해소됐고 E클래스의 꾸준한 인기가 실적 증가의 주 원인"이라며 "S클래스, SUV 모델 등도 전체적으로 고르게 판매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BMW 코리아는 지난달 5656대를 기록, 전년 동월 5660대와 비교해 비슷한 판매고를 기록했다.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와의 차이는 314대다.
5시리즈와 X5가 각각 1866대, 521대 팔리며 선전했고 X6도 430대 판매됐다. 이에 대해 BMW 코리아 관계자는 "독일 본사와의 적극적인 사전 조율로 국내분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지난달 현대차·기아에 이어 국내 시장에서 각각 세 번째와 네 번째로 많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의 2월 판매량은 4540대, 3718대다.
판매 강세에 점유율도 동반 증가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합산 점유율은 1~2월 누계 기준 55.91%로 전년 동기(51.56%)와 비교해 4.35%p 늘었다. 올해 두 달간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반면 아우디 코리아와 폭스바겐 코리아는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인한 물량 부족에 2월 실적이 크게 미끄러졌다.
아우디 코리아의 2월 판매량은 1227대로 전년 동월 2362대와 비교해 반토막(48.1%) 수준으로 떨어졌다. 2위인 BMW와는 4400대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폭스바겐 코리아 역시 지난달 판매량이 1108대로 전년 동월 1783대와 비교해 37.9% 줄었다.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재고 부족으로 볼보, 쉐보레, 렉서스 등 비(非)독일계 브랜드들도 2월 판매가 일제히 줄어들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폭스바겐에 이어 5위를 기록한 볼보의 2월 판매량은 1047대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12.9% 감소했으며 포르쉐 역시 14.8% 적은 777대를 기록했다. 포르쉐는 카이엔이 지난달에만 429대 팔리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쉐보레도 반도체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2월 판매량은 535대로 전년 동월 보다 26.5% 줄었다. 그나마 콜로라도가 446대 팔린 덕분에 전체 8위를 기록했다.
렉서스는 30.0% 떨어진 474대를 나타냈다. ES300h가 373대 팔리며 선방했지만 나머지 차종들의 판매가 부진했다.
차량용 반도체 이슈에 따른 본사 생산 차질로, 수입차 브랜드들은 당분간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WSJ 등 외신 등은 "반도체 칩 핵심 소재인 네온가스와 팔라듐을 각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주로 공급 받고 있는데, 이들 소재의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글로벌 자동차 컨설팅 업체인 AFS는 올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글로벌 생산 차질 대수가 108만8000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