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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여성향 중앙선관위, 눈에 뵈는 게 없다


입력 2022.03.07 08:06 수정 2022.03.07 16:17        데스크 (desk@dailian.co.kr)

헛공약, 먼지라도 털고 내놔야지

야당 후보 이지메를 선동하다니

대통령 4년 중임해서 뭐하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박찬진 사무차장이 지난 6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과 관련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행안위 현안보고는 서영교 행안위원장과 박완수 국민의힘 간사, 백해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집권당과 제1야당이 극단적 대결구도 속에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다. 따지고 보면 이런 사생결단식 집권 경쟁은 다 노무현·문재인 양대 좌파정권의 진영정치가 조장하고 굳혀 놨다. 제6공화국 이래 민주정치가 한 발짝씩이라도 발전되고 있는 것으로 믿었던 국민들은 너무 엉뚱한 결과에 탈기 상태다.


국민이 그 틀을 바꾸면 될 일이긴 하다. 그런데 실망하고 분개하는 개개인의 국민은 힘이 없다. 정치를 바꾸거나 뒤집을 힘을 가진 집단으로서의 국민 속에서 개인은 무력하다. 그러니까 정권이 자기들 입맛대로 민의를 재구성하고 그것을 앞세워 국민의 정치의식과 정치적 지향을 지배해 온 것이다.


그 바람에 양진영으로 나뉜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를 선택의 기회가 아니라 배제의 기회로 인식하게 됐다. “저자가 대통령 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는 증오의 감정에 휘둘리게 된 것이다.

헛공약, 먼지라도 털고 내놔야지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아주 호기롭게 말했다. 그런데 그 청사진은 어디다 두고 온 나라를 분열과 상쟁(相爭)의 나락으로 떠밀어 버렸다는 것인가.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그 ‘역사’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이건 누구의 말인가. 단 한 번이라도 실천 노력을 시늉으로라도 해 봤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그런 기억은 없다. 대통령직을 잘 누리고 이제 양산에 지어진 새집으로 옮겨가면 그뿐이라고 여기는 것은 아닌가.


새삼 문 대통령의 현란한 식언(食言)을 들먹이고 따지고 할 생각은 없다. 그 많은 약속을 하고 어떻게 그처럼 깡그리 삼켜버릴 수 있었는지 그게 마술을 보듯 신기해서 하는 말이다. 거기에 더해 그 허언을 먼지도 제대로 안 털고 다시 국민 앞에 내건 더불어민주당의 면후(面厚)가 숨이 막힐 만큼 놀랍기도 해서….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달 24일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그 속내는 뻔하다. 스스로도 발표문 속에서 밝히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새로운 정치, 심상정 후보의 진보정치, 김동연 후보의 새로운 물결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만 쏙 빼고 나머지 유력후보들이 ‘편먹자’는 아주 좀스럽고 비열한 유혹이었다. ‘국민통합의 정치’는커녕 ‘이지메 정치’를 선동한 것이다. 이야말로 좌파정치세력의 바뀔 수 없는 DNA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털어낼 수 없게 하는 민주당의 고백으로 들린다.


마음보가 이미 드러난 ‘개혁안’이라는 것을 더 들여다볼 흥이 있을 리 없지만 그래도 두어 가지 과제에 대해 한 마디씩은 꼭 거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당 후보 이지메를 선동하다니

우선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이다. 지금의 정치위기는 ‘대통령 리스크’에서 비롯됐다. 문 대통령의 독선 독단 독주의 정치의식과 행태가 국정의 난맥상, 국민분열,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탈피하겠다더니 더 권력을 탐닉하는 모습을 보였다. 좌·우 진영 대립을 의도적으로 조장했다. 징벌적·보복적 부동산 시책을 밀어붙였다. 전통적 한미일 3각 안보체제를 의도적으로 경시하면서 북·중 친화적 외교안보정책을 추구함으로써 국가와 국민의 존엄을 훼손했다. 권력집중의 위험성이 이런데도 그 임기를 사실상 늘리는 개헌을 공약한다는 것인가.


필자도 5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지지해 왔다. 헌정사를 통해 그나마 ‘전직 대통령’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제도임을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4년 중임제는→3연임제→종신제의 코스로 가게 마련이다. 우리의 경험도 그렇지만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통령제 국가가 보여준 바도 마찬가지다). 국민직선의 대통령제를 지지한 것은 강력한 안보·국방 및 부패 척결 리더십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이제 정치인들의 지적 수준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정치 제도도 장족의 발전을 했다. 협치는 시대적 요구이지만 권력이 대통령에 집중된 정치체제에선 그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통령제로 성공한 예는 미국이 거의 유일하다. 그 미국조차도 리처드 닉슨, 도널드 트럼프를 거치면서 ‘대통령제의 위기’를 심각하게 드러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 5년 간 통감한 ‘대통령 리스크’가 5년 단임제든 뭐든 대통령제는 종언을 고해야 한다고 여기게 했다. 역시 권력은 분점 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위험부담도 훨씬 줄어든다.


민주당이 다시 꺼내든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것도 대통령제 하에선 착시현상을 노린 정치상술(商術)이다. 이들은 다당제야말로 승자독식의 부당하고 왜곡된 권력구조를 해체하고 국민의 뜻이 고루 반영되는 협치를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이들은 대통령제 자체가 승자독식구조라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대통령 권력은 독식하고 의회권력은 다수당이 나눠 갖게 한다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 강화를 위한 속임수 책략일 뿐이다.

대통령 4년 중임해서 뭐하게?

5일 실시된 코로나 확진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별별 해괴한 상황이 벌어졌다. 다른 날도 아니고 대통령 선거 투표일 가운데 하루였다. 당연히 선관위원장은 자리를 지키며 투표과정을 면밀히 점검하고 중앙 및 지방 각급 선관위 업무 상황을 확인·감독했어야 했다. 그런데 노정희 위원장은 출근하지 않았다. 비상근이기 때문이라는 게 선관위 측 해명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중앙선관위에 가서 항의했더니 사무총장은 ‘유권자의 난동’탓으로 돌렸다. 의원들이 공직선거법 제157조에 규정된 직접투표 비밀투표의 원칙이 무너졌다고 지적한데 대해 선관위 측은 “법과 원칙에 따랐다. 법대로 하자”고 맞받았다. “이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 “언론은 이방에 들어오지 말라”는 오만함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대통령제가 아니었다면 친여성향의 국가기관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더욱이 이 같은 적반하장·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일 수 없었을 것이다. 문 정권이 빚어 낸 총체적 무책임·무질서의 한 양상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며칠 내로 정권의 향방은 결정된다. 어느 쪽의 승리가 되든 민주당은 초거대 정당의 지위를 앞으로도 2년 이상 유지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이런 꼼수로 유권자와 군소정당을 현혹시킬 생각 따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토론회에 가서까지 ‘통합정부’ 운운했지만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에게 면박을 받았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후보는 토론 끝나기 무섭게 국민의힘 윤 후보와 단일화를 해 버렸다. 시쳇말로 ‘씨알도 안 먹힐’ 제안을 했다가 창피만 당한 것이다. 겨우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 단일화를 한 게 고작이다. 그래놓고도 윤-안 단일화를 ‘야합’이라고 몰아세우는면후함(心黑面厚의 그 면후)이라니!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제발 속내가 뻔히 보이는 헛공약 남발하지 마시라.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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