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석유 거래 우려에 유가 파죽지세…"150~180달러로 오를 것"
이란 핵 협상 지연 및 산유국의 낮은 증산 의지도 한 몫…업계 "수요 위축 우려"
국제유가가 장중 한 때 130달러를 넘어서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러시아 석유 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유가를 무섭게 밀어올리는 모습이다.
글로벌 기관들은 이 같은 속도라면 유가는 180달러까지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번 사태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한 때 140달러까지 육박하며 무섭게 치솟고 있다. 6일(현지시간) 기준 WTI(서부텍사스유)는 장중 한때 130.50달러를 돌파했다. 브렌트유는 18% 폭등해 139.13달러로 뛰어올랐다. 이는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폭발적인 유가 상승은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 검토와, 이란과의 핵 협상이 예상 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러시아 석유 수입 축소 방안과 함께 세계 석유 공급 및 소비자 영향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러시아 석유 수입 비중은 그리 많지 않지만 미국이 석유 수입을 중단하게 될 경우, 다른 국가들이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로이터 등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N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것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유럽 파트너들과 활발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핵 협상의 경우, 원유가 추가로 공급된다는 면에서 호재이나 예상 보다 일정이 지연되고 있으며, 협상이 타결된다고 하더라도 원유 수출까지는 수 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원유 가격은 산유국들의 증산 의지가 적은 데다, 천연가스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올 상반기까지는 상승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JP모건은 러시아산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된다면 브렌트유는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내 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대러시아 경제·금융제재 확대의 국내 에너지 수급 영향'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 제재에서 에너지가 포함될 경우 유가는 1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러시아의 원유 수출 물량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원유 재고 1억5000만 배럴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재고는 3억 배럴로 감소할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국제유가는 평균 110달러, 최대 150달러를 형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치솟는 유가와 함께 환율 또한 강세로 휘발유 등 국내 기름값은 앞으로도 우상향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오피넷에 따르면 7일 현재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ℓ당 1819.10원으로 전 거래일 보다 6.20원 올랐다. 서울 평균 가격은 1891.86원으로 전 거래일과 비교해 10.23원 상승했다. 서울 지역은 2600원대 주유소도 등장했다.
업계는 심상치 않은 유가 움직임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제품 수요가 위축돼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유가가 장기간 이어지게 될 경우, 석유 제품 수요가 위축돼 정유업계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