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방명록에 "통합·번영의 나라"
당선 인사서도 "야당과의 협치" 강조
국민갈등 해결책 '국익중심 통합' 제시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과 함께 통합과 협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번 대선을 관통한 국민통합정부를 위해 공정과 상식을 앞세워 국민 간 갈등 해소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여소야대 상황인 현재 정국을 대립이 아닌 협치로 풀어 진정한 통합정부를 이끌어나가겠다는 포부이기도 하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념을 넘어선 통합"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를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첫 공식 일정인 현충원 참배에서부터 방명록에 "위대한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의 나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은 현충원 참배로 첫 일정을 시작해왔다. 참전용사, 애국지사 등이 안장된 현충원을 찾는 것 자체가 당선인의 마음가짐을 새로한다는 의미가 있어서다.
첫 현충원 방문 당시 친필로 남기는 방명록 문구는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대한 각오를 대변하기도 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대통령'이라는 문구를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습니다'라고 적으며 각각 '변화'와 '희망'을 국정운영 키워드로 선정했다. 윤 당선인은 국정 운영 방향으로 '통합'에 무게중심을 둔 셈이다.
첫 날부터 윤 당선인이 통합을 강조한 이유가 있다. 전날 윤 당선인은 48.5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47.83%)를 0.73%p 차로 제치고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초박빙의 승부를 거쳐 정권을 잡았지만, 제1야당이 된 민주당이 172석의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여소야대(與小野大)'이란 어려운 상황에서 정국을 맡게 됐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윤 당선인이 꼽은 것이 '통합'과 '협치'다. 그는 당선인사에서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며 "여소야대를 통해 민주주의와 정치가 훨씬 성숙해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가를 생각해서 일하러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저는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협치 방안으로는 '포용'을 제시했다. 우선 단일화에 성공한 국민의당과의 성공적인 합당으로 안정된 정국을 만들고, 중도적인 색채를 가미해 민주당과의 협력에 나서겠단 의미다. 윤 당선인은 "일단은 신속한 합당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철수 대표는 우리 당과 그리고 정부에서 중요한 도움을 주시고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당선인이 안 대표를 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적폐 청산' 발언으로 불편한 동행이 예상됐던 문재인 정권과의 관계설정에서도 '협조'를 키워드로 꼽았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와 잘 협조해서 국민들에게 불편 없이 정부조직을 인수하고 지금 정부에서 추진한 일들 중에 지속적으로 해야 할 과제들은 관리 하고, 변화를 줘야 할 부분에는 과감하게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기간 동안 제기됐던 지역 간, 성별(젠더)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론 '국익 중심의 통합'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국민의 이익과 오로지 국익만이 국정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국익을 중심으로 통합을 이루게 되면 보수와 진보,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는 게 윤 당선인의 설명이다.
후보 시절 지적을 받았던 '젠더 갈라치기'에 대해서도 "선거 과정에서는 그런 식으로 오해도 받고 공격도 받았지만 남녀 성별을 갈라치기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라며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 있기에 개별적인 불공정 사안들에 대해 국가가 관심을 갖고 강력 대응하는 게 여성을 안전하고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고 늘 생각해왔다"며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어진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도 윤 당선인은 함께 고생한 국민의힘 당원들을 향해 "우리가 결국 선거 때는 경쟁하지만, 결국은 국민을 앞에 놓고 누가 더 국민에게 잘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경쟁해온 것 아니겠나"라며 "야당과도 긴밀하게 협치하고, 어려운 일 있으면 늘 여러분과 상의하고 묻고 또 국민께 묻고 해서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재차 협치와 통합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