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남녀 갈라치기', '세대 포위론' 전략 비판
국민의힘에서도 "분노한 여성 표, 이재명에게 가"
'n번방 추적단 불꽃' 박지현 "이준석, 정치권 떠나야"
진중권 "이준석식 정치 퇴출, 진영 넘어 보편적 합의"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상대로 0.73%p 차(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최소 격차)로 '진땀승'을 거두면서 당 안팎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책임론'이 거세게 불거지고 있다. 이 대표의 '남녀 갈라치기', '세대 포위론' 전략 등이 초박빙 승부에 기여한 것은 물론이고 전략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의 대선 출구조사를 보면, 20대(18~29세)에서 윤 당선인이 45.5%를 기록해 이 후보(47.8%)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와 60대 이상의 지지를 결합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4050세대를 압도한다는 소위 '세대 포위론' 전략이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20대 남성의 경우 윤 후보에게 58.7%, 이 후보에게 36.3%의 표를 줬지만, 여성 표심은 정반대였다. 20대 여성의 58%가 이 후보에게 표를 던졌고, 윤 당선인에게는 33.8%의 표를 줬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의 공약이 여성층의 반발을 산 것이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0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여성가족부 폐지부터 시작한 이대남 전술이 (20대 여성의) 반발을 불러온 거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20대) 여성들 입장에서는 '또 국민의힘이 우리를 배제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실 수가 있었던 건데 그걸 저희가 놓쳤다"며 "(20대 여성분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분노의 표가 이재명 후보에게 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내세워온 '세대 포위론'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사실 적절한 전술은 아니었다"고 했다. 전 세대를 포용해야 할 정치인이 오히려 선거를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에 대한 비판인 것이다.
'n번방 추척단 불꽃' 활동가 출신의 박지현 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를 필두로 국민의힘은 계속해서 여성을 배제하고 혐오하는 모습을 선거 전략으로 삼아왔고, 선거 전날이던 여성의날에도 그런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줬다"며 "많은 여성분들이 이에 분노하셔서 투표로 심판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혐오 정치 전략, 세대 포위론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이 대표는 책임을 느끼고 정치권에서 좀 떠나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대선에서 그래도 한 가지 건진 게 있다면, 비열한 이준석식 정치를 퇴출해야 한다는 데에 진영의 차이를 넘어 보편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국민의힘 내에서 적절한 후속조치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또 미국 뉴욕 허드슨강 여객기 불시착 사고를 언급하며 신승 책임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이 대표를 향해 "어느 조종사가 하중 줄이려고 비행 중에 여성 승객을 기체 밖으로 내쫓나"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왜 라구아디아로 바로 회항해서 착륙시도하지 않았습니까', '시도했으면 됐을 겁니다', '시뮬레이터로 테스트했습니다' 등 영화 허드슨강의 대사를 인용하며 "보통 조종석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