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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에게 공 넘긴 文…역대 가장 늦은 회동, 언제 성사될까


입력 2022.03.19 04:03 수정 2022.03.19 18:4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문대통령, 실무 협의 지지부진에 직접 등판

"조율 필요치 않아…청와대 문 늘 열려 있다"

尹측 "상호 신뢰 바탕으로 긴밀히 소통" 화답

논의 급진전 가능성…이르면 주말 만남 전망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빠른 회동' 의사를 직접 밝히면서, 공은 이제 윤 당선인 측으로 넘어간 모습이다. 관례처럼 여겨진 '대선 후 열흘 안 회동'은 이미 불가능해졌지만, 윤 당선인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신·구 권력 대립 국면이 조기에 해소될 수도,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윤 당선인과 빠른 시일 내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사전)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청와대의 문은 늘 열려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강조하며 정권 이양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한 상황에서 양측의 충돌이 계속되는 건 문 대통령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사상 초유의 회동 불발인 만큼, 국민의 실망감도 더욱 커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 특히 '복심'인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겨냥해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안에 대해 개별적 의사 표현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도 윤 당선인 측을 자극해 대립 구도를 이어가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탁 비서관은 전날 윤 당선인 측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진과 관련해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되나"라며 비아냥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청와대 직원들에게 입단속을 당부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교착 상태에 빠진 실무진 협상에 물꼬를 터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와 당선인 측은 그간 회동 조율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 한국은행 총재 및 감사위원 인선, 공공기관장 인사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언급이 실무 협의에 상관없이 만나자는 것이냐, 아니면 실무 협의를 빨리해 달라는 취지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양쪽 다 해당될 것 같고,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긴밀하게 협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청와대 만남과 관련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면서 "국민들 보시기에 바람직한 결과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윤 당선인에게 손을 내민 건, '굵직한 의제'에 대한 양측의 교통 정리가 어느 정도 됐기 때문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문 대통령이 의제에 얽매이지 않고 만나자는 뜻을 강하게 드러낸 것인 만큼 의제를 둘러싼 실무 논의가 급진전해 이르면 이번 주말 회동이 성사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다만 실무 협상과는 별개로 윤 당선인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내주에 회동할 거라는 전망이 더 많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부 의제, 특히 인사권과 관련해 아직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주말 회동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회동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은 역대 최장 기록을 사실상 깼다고 볼 수 있다.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9일 만인 12월 28일 이명박 당시 당선인과 만찬을 겸해 만났고,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9일 만인 12월 28일 박근혜 당시 당선인과 청와대에서 회동한 바 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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