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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중고차 점유율 제한, 현대글로비스엔 '기회'


입력 2022.03.22 11:20 수정 2022.03.22 11:2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인증중고차 외 연간 수십만대 물량 경매로 처분

국내 최대 중고차 경매장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 연계 가능성

정의선 회장 보유 지분가치 상승…그룹 지배구조 개편에도 영향

서울 성동구 장안평 자동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길이 열리며 현대차그룹 내 물류계열사인 현대글로스비스도 큰 수혜를 볼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로, 이 회사의 기업 가치 상승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중고차 시장 진출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점유율 제한을 걸어 기존 사업자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7일 중고차 사업 방향을 공개하며 올해 시장점유율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까지 시장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기아 역시 비슷한 수준의 점유율 제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점유율 제한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이보다 더 낮춰질 가능성도 있다.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으로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 진출에 대한 법적 제한은 사라졌으나, 아직 ‘사업조정제도’라는 제도적 걸림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 완성차 업계는 현재 중고차 시장 개방 이후 상생방안 등을 놓고 자율조정을 진행 중으로, 여기서 완성차 업체들의 점유율 제한이 더 낮게 합의되거나, 사업조정심의회에서 중고차 매매업계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기아 연간 중고차 수십만대 경매 등으로 내놔야


국내 신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지닌 현대차‧기아는 중고차 사업 진출 이후 트레이드 인(중고차 매입 연계 신차 보상판매) 등의 방식으로 막대한 규모의 중고차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이들 중 5년 10만km 이내의 자사 브랜드 중고차만 성능검사와 수리를 거쳐 인증중고차로 판매하고 나머지 물량은 경매 등으로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인증중고차 기준에 적합한 차량이더라도 중고차 시장 점유율 제한을 초과하는 물량은 기존 매매업계로 넘길 수밖에 없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도합 126만대를 판매했다. 이들의 국내 신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완성차 업계 내에서 88%, 수입차까지 포함해도 73%에 달한다. 현대차‧기아의 신차 구매자들 중 절반만 트레이드 인 방식으로 구매한다고 쳐도 연간 60만대 이상의 중고차가 확보된다.


이는 전체 중고차 시장(2020년 기준 250만대)의 2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자체 점유율 제한을 기준으로 해도 현대차와 기아의 인증중고차 판매는 올해 도합 5%를 넘을 수 없고 2024년에도 10.2%로 유지해야 한다.


중고차 시장 규모가 기존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올해 인증중고차로 판매 가능한 물량은 현대차‧기아 도합 12만5000대, 2024년 25만5000대 수준이다. 나머지 30~40만대는 경매로 시장에 내놔야 한다.


현대글로비스, 중고차 사업 대폭 확장 기회


현대차와 기아는 중고차 경매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없다. 하지만 같은 현대차그룹에 속한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최대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해당 분야 선도 업체다. 계열사 중에 전문 업체가 있는데 현대차와 기아가 굳이 생소한 분야에 중복 투자할 이유가 없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중고차 사업의 대략적인 방향성만 공개한 상태로, 인증중고차 외 물량을 어떤 식으로 경매하겠다는 등의 상세한 내용을 언급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경매까지 자체적으로 하긴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경기도 분당과 시화, 경남 양산에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중고차 경매장 출품 대수는 11만7000대 수준이었다.


현대차‧기아로부터 인증중고차 외 물량이 공급될 경우 단숨에 중고차 사업 규모가 5배까지 커질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주력 사업인 자동차 운송 사업을 통해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중고차 수출 및 해외 유통까지 사업 영역 확장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중고차 업계와 소비자를 잇는 온라인 거래 중개 플랫폼 오토벨을 론칭하기도 했다. 경매 외에도 새로 늘어나는 중고차 물량을 통한 사업 확장 기회가 많다.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 정의선 회장, 그룹 지배구조 개편 '실탄' 늘어나나


중고차 사업 확장을 통한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상승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지난해 말 기준 23.29%의 지분을 보유했다.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가진 지분도 6.71%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정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전제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중요한 ‘실탄’ 역할을 한다. 2018년 무산 이후 4년째 공전 상태인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 상승을 계기로 재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사업 진출은 어떤 식으로건 현대글로비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의선 회장이 활용할 수 있는 ‘실탄’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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