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수급 불안정 사태 허점 파고든 외교부
"경제와 안보 경계 모호한 지금이 이전 적기"
산업부 "탄소중립·공급망 대응 위해 존속돼야"
24일 부처 업무보고 '통상기능 이관' 쟁점되나
외교부가 '통상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도 그간의 성과와 고유의 전문성을 피력하기로 하면서 통상 분야를 끌어안기 위한 양 부처 간 줄다리기가 심화하고 있다.
우선 외교부는 2013년 산업부로 넘어간 통상 기능을 다시 외교부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외교와 통상 기능이 분리돼 각종 국제이슈에 신속하고 전략적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외교부의 입장이다.
외교부 입장에선 이같이 주장할 명분이 충분하다. 1948년 외교부의 전신인 외무부로 시작할 때부터 대외 통상교섭 업무를 맡아왔고,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8년엔 외교통상부로 개편되면서 통상교섭본부가 설치되면서 기능이 더욱 강화됐다.
그러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산업계 상황을 잘 아는 부처가 통상을 맡아야 한다'면서 통상 분야를 산업부에 빼앗겼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통상 업무를 외교부로 돌리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특히 외교부는 경제 문제가 안보와 직결되는 최근의 국제 통상 환경 변화에 산업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요소수 수급 불안정 사태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한 산업부 대신 외교부가 중국 정부와 협상했다면 조기 대응이 가능했다는 논리다.
인수위 단계에서 특정 부처가 조직 개편을 먼저 요구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요소수 사태를 필두로 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해 산업부 책임론이 불거졌고,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금이야말로 근 10년 만에 통상 업무를 가져올 적기라고 외교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산업부도 대응책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다. 산업부는 통상 분야가 산업부에 존속돼야 우리 경제와 산업 경쟁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이점이 많다고 보고 그 근거를 담은 보고서를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이 산업부에서 제출받은 '산업부 조직진단을 통한 조직개편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은 한국행정학회는 산업부의 강점으로 '전문성'을 꼽았다. 한국행정학회는 "(산업부에) 통상교섭본부가 설치되면서 통상 조직과 무역정책에서 전문성이 강화됐다"며 "산업·통상·자원의 거시정책을 수립하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연계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전세계적 아젠다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통상 분야가 산업부에 남아있는 게 필요하다고 한국행정학회는 강조했다.
학회는 "국내외적으로 복잡한 이해관계에 노출된 탄소중립 문제에 적실하게 대응하기 위해 산업·통상·에너지 분야에 대한 통합적 관리체계가 더욱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후변화와 같은 거시적 환경변화에 대응해 혁신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유기적 정부조직 구조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인수위 차원에서 논의될 내용이라 우리 부처의 입장만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대외통상 교섭 업무를 산업부가 맡으면서 내왔던 그간의 성과를 설명하고 공급망 이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등 산업부 차원에 지원할 수 있는 강점을 인수위 측에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전문가들은 통상정책을 두고 외교와 안보의 수단적 측면만 강조하다 보면 ‘국부창출의 기반’이라는 통상정책의 또 다른 산업적 측면을 놓치게 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향후 신정부는 산업, 안보, 기술, 에너지 등 복합적통상체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산업부와 외교부가 통상이라는 파이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오는 24일부터 이뤄지는 인수위의 각 부처 업무보고에서 통상 기능 이관 문제가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