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임기 앞두고 송별간담회
최장수 한은 총재…'신뢰' 강조
물가·성장률 전망 수정 불가피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년간 통화정책결정에 대해 어려움은 있었지만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차기 한은 총재 후보에 지명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향후 한은 운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2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송별간담회에서 “어느 직책이든 재임 중 실적에는 공과가 있기 마련”이라면서도 “통화정책을 운용하는데 있어서 우리경제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까 늘 고민하고, 최선의 정책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는 “8년간의 임기 동안 80차례 가까운 회의를 주재했는데, 어느것 하나 쉬웠거나 중요하지 않았던 회의가 없었다”며 “통화정책은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태생적 어려움이 있고, 불확실성 속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이 총재는 제임기간 동안 9번의 금리 인하와 5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취임 당시 2.5%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1.25%로 낮아졌다. 금리 진폭은 최고 2.5%, 최저 0.5%수준이다. 그는 “금리 인하 횟수가 더 많았고 그 결과 기준금리 수준이 취임할 당시보다 낮아졌는데, 그만큼 경기 상황이 어려웠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통화정책 성향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매파(통화긴축 선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를 규정할 수는 없다”며 “경기 상황에 맞게 금리정책을 운용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떠나는 순간에도 통화정책 완화정도를 계속 조절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물가상승 압력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고, 금융불균형은 여전히 줄여나가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기준금리를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조절해나갈지는 후임 총재와 금통위가 경제 상황을 잘 고려해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서는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불확실성 확대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악화로 유가, 곡물 등 원자재 가격등이 급등했고 국내 수출기업 애로사항도 나타나고 있다”며 “전쟁 발발 4주 지난 시점에서 보면 국내 물가에도 꽤 상승 압력을 가져다주고, 성장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경제 성장 하방 리스크가 있다고 해서, 금리인상이 어렵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한은 총재 공백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저의 사례를 비춰보면 단순 청문회 일수를 따졌을 때 내달 통화정책결정 회의까지도 신임 총재 취임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부득이하게 공백이 발생한다 해도 금통위는 합의제 의결 기관이라 통화정책은 차질없이 수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발표된 후임 총재 지명자(이창용 IMF 국장)는 학식, 정책 운영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면에서 워낙 출중하고 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이다. 따로 조언드릴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
한은 임직원들에게는 인적 자원 역량 확보를 위한 자기계발 등을 당부하는 한편, 미안함을 전했다. 한은 노동조합은 지난해 설문조사를 통해 이 총재의 내부경영에 대해 부정적인 점수를 내린 바 있다.
그는 “임금 수준과 관련해서 직원들이 불만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정부의 공기업 예산운용지침 적용으로 급여 수준이 낮게 측정되고, 이를 재임기간 중 개선하지 못해 못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