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만 22조5734억 급증
금리 인상에 이자 비용 압박↑
국내 4대 금융그룹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가 1년 새 20조원 넘게 불어나며 25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몰려드는 대출과 금융지원 정책을 소화하기 위해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와중 금리 인상 본격화로 채권 이자 비용이 확대되면서 그 동안 쌓여 온 코로나19 청구서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이 발행한 회사채 잔액은 총 246조709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0.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22조5734억원 증가했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신한금융이 보유한 회사채가 80조149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7%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KB금융 역시 67조4302억원으로, 하나금융은 54조4762억원으로 각각 7.4%와 11.7%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우리금융의 회사채 잔액도 44조6539억원으로 19.1% 늘었다.
금융권의 회사채 발행이 이처럼 몸집을 키운 배경에는 코로나19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우선 생계형 자금 수요와 더불어 이른바 영끌·빚투로 대변되는 투자 열풍이 맞물리면서 대출이 밀려들자, 금융사들이 기반 재원 마련을 위한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상환을 유예해 주라는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이 장기화하고 있는 측면 금융사의 자금 조달 필요성을 키운 주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정책이 함께 길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금융권의 회사채 수요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최근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모두 6개월씩 다시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만료 시점을 세 번 연장한 상태다. 2020년 9월과 지난해 3월 그리고 같은 해 9월에 이르기까지 매번 6개월씩 기한을 늘여 왔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과 11월에 각각 0.25%p씩 인상되면서 1%대를 회복했다. 이어 올해 1월에도 추가 인상이 단행되며 현재 기준금리는 1.25%까지 올라섰다. 한은은 올해도 두 차례 가량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불어난 회사채에 따라 금융사들이 짊어져야 할 짐도 한층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현재 4대 금융그룹의 발행 채권 잔액 규모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 보면, 금리가 1%p 오를 때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만 2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회사채 발행을 빠르게 늘린 금융사로서는 지속적인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비용 확대가 실적에 장기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