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협력사 직원에 가족 감안하면 60만명 생계 달려
각 정당 후보 정해지면 '쌍용차 정상화' 공약 나올 수도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무산되며 쌍용차는 오는 10월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청산으로 내몰릴 상황에 처했다. 당장 새 주인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변수가 될 수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를 반대해 왔던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은 이번 M&A 무산이 쌍용차 정상화에 더 적합한 새 주인을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쌍용차로부터 미납된 납품 대금 등을 채권으로 보유한 344개 협력사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은 그동안 에디슨모터스와의 투자계약을 해제하고 쌍용차를 법정관리 체제로 유지한 상태에서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다시 M&A를 추진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들은 에디슨모터스가 정상적으로 인수대금을 납부하더라도 관계인집회에서 부결시켜 M&A를 무산시키겠다는 의사를 보여 왔다.
이런 상황에서 에디슨모터스의 인수대금 미납은 오히려 M&A 재추진 일정을 앞당기는 기회가 됐다는 분위기다.
앞서 쌍용차는 전날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투자계약에서 정한 인수대금 예치시한(25일)까지 잔여 인수대금 예치의무를 이행하지 못함에 따라 올해 1월 10일 체결한 ‘M&A를 위한 투자계약’이 해제됐다고 밝혔다.
에디슨모터스는 이에 대한 계약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스스로 계약 조항을 어긴 만큼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M&A 무산으로 쌍용차의 앞에는 ‘새 주인 찾기’, 혹은 ‘청산’이라는 두 갈래 길이 놓여졌지만, 일단 오는 10월까지는 시간이 있다.
기업회생절차가 지난해 4월 개시돼 회생계획안 법정 인가 기한(1년6개월) 내에 새 인수자를 찾아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으면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고려하면 새 주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입찰 과정에서 인수 자금 마련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에디슨모터스가 낙점된 것도 안정적인 자금력을 갖춘 원매자의 부재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입찰 공고 당시 예비입찰 참여자는 11곳에 달했지만 막상 본입찰에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을 비롯, 카디널 원 모터스(HAAH오토모티브 새 법인) 컨소시엄, 인디EV 등 3곳만 참여했다.
당시 예비입찰 참여자 중에서는 SM그룹과 같이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기업도 있었으나 결국 본입찰에서는 포기했다는 것은 쌍용차의 기업가치가 인수 비용 및 향후 운영 리스크보다 낮게 평가된 게 아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다시 M&A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에디슨모터스 이상의 적극성을 보이는 새 주인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하지만 오는 6월 1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에 쌍용차 정상화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다면 새 주인 찾기는 의외로 수월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
쌍용차는 본사가 위치한 평택시는 물론, 경기 서남권에 걸쳐 경제‧고용 측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이다. 본사 직원만 4300여명에 달하고, 700여개 1‧2차 협력사 및 관련 업체 직원도 16만명에 달한다. 가족까지 고려하면 최대 60만명이 쌍용차에 생계를 의지하고 있다. 여기에 쌍용차 및 협력사들의 존재로 인한 간접적 경제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단일 공장으로 비교하면 쌍용차 평택공장보다 규모가 작은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군산시는 물론 전북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있었던 사례는 평택시와 경기도민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이처럼 파급효과가 큰 사안인 만큼 각 정당 경기도지사 및 평택시장 후보가 추려지면 선거 공약에 ‘쌍용차 정상화’가 포함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경기도는 지방선거의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만큼 정당 차원에서의 지원도 이뤄질 수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쌍용차의 경영정상화에 힘을 보태야 할 상황이다.
표심 잡기에 나선 후보의 선거철 공약은 기존 지자체의 행정 방향성보다 공격적이게 마련이다. 쌍용차 공장 이전과 연계한 부지 재개발 허용 및 대체부지 제공 등 원매자들이 혹할 만한 조건이 제시된다면 기존보다 더 높은 인수금액을 들고 뛰어드는 업체가 나올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입찰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쌍용차 정도 규모의 기업을 인수해 경영정상화를 이끌 만한 자금력을 갖춘 새 주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지방선거에서 쌍용차 문제에 관심을 갖는 유력 후보가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