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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최강국 청사진②] "RE100은 기만적…'원자력+신재생' 최강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입력 2022.03.31 07:00 수정 2022.04.01 00:06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대형원전 40%, SMR 20%, 재생에너지 30%"

"SMR로 신재생 간헐성·계통불안정 커버해야"

"신재생-원전 비중 100대60이 이상적" 주장도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조합인 CF100이 가장 현실성 있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한국에너지공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한민국의 '원전최강국' 도약을 선언했다. 판도라 영화 한 편을 보고 작심했다고 회자된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원자력계는 최악은 면했다고 숨을 돌리면서도 글로벌 원전 시장을 따라잡기 위한 보폭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가 주춤하는 동안 전세계에는 탄소중립 아젠다가 휩쓸었고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원자력의 역할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한 재조명과 과감한 투자가 선행됐다. 게다가 원자력은 에너지 차원을 넘어 안보적 측면에서도 세계무대에서 유리한 지위를 점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을 주요국들은 깊이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정세 가운데 데일리안은 차기 정부에 어떠한 시야가 필요하며 원자력 정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를 다루는 <원전최강국 청사진> 코너를 마련해봤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100% 절대 불가능한 나라"

탄소중립 바람이 전 세계에 불어닥치고 있다. 탄소중립은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의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이는 인류사회가 산업화 이후 지속적으로 써오던 석탄, 석유, 가스 등 주력 에너지원들과 결별하는 동시에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로의 긴급한 전환을 수반한다.


주요 선진국들은 인류의 미래에 각광 받을 에너지로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수소를 조명하고 있다. 이들 에너지는 고유한 성질과 특성이 매우 달라서 각국의 연구기관과 기업들은 자국의 가장 이상적인 탄소중립 에너지믹스(energy mix, 에너지원의 구성비율)를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먼저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각국의 여건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신재생에너지의 특성상 지정학적 위치가 좋고 자원의 보유가 많으며 인구밀도가 적어야 하는 등 타고나야 하는 태생적 변수에 성패가 갈려서다. 이러한 고려 없이 신재생을 무턱대고 추진하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노르웨이는 전기의 대부분(90% 이상)을 수력에서 생산한다. ⓒ한국에너지공단

노르웨이, 아이슬란드와 같이 풍량이 많고 수력이나 지열 여건이 좋은 국가들은 신재생에너지 하기에 천운을 타고났다고 볼 수 있다. 적도에서 점차 멀리 남·북극 등 극지방으로 갈수록 바람이 풍부해져서 풍력발전을 하기에 유리하다. 이들 국가들은 신재생에너지 100%로도 탄소중립 실현이 충분히 가능하다.


적도와 가깝고 열대 기후에 속한 나라들은 반대로 태양광 발전을 하기에 적합하다. 태양광 입사각이 수직에 가까워 발전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오스트렐리아 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특히 인도는 연중 300일 동안 일평균 일조량이 5~7Kwh/㎡ 수준으로 전세계에서 발전효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재생에너지 여건이 가장 좋지 않은 나라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북위 33~39도라는 애매한 곳에 위치해 태양광의 효율도 안 나오고 풍속과 풍량도 받쳐주지 않는다. 특히 계절에 따라 풍향이 바뀌는 계절풍 지역이라 풍력을 하기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지열, 수력 등의 태생적인 재생에너지 자원도 적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북해 연안의 북유럽 국가들은 풍향이 일정하고 풍질이 좋다"며 "영국의 한 해상풍력은 이용률이 50~60%까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우리나라는 해상풍력을 해도 이용률이 30% 나오기도 힘들다"며 "이는 경제성과도 직결되는데 한국의 해상풍력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280원인데 비해 영국에서는 140원 이하로 떨어지는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대형원전 40%, SMR 20%, 신재생 30% 최적의 시나리오"

한국과 같이 재생에너지 추진 여건이 좋지 않는 나라들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원자력의 배합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재생에너지를 가용범위 내에서 성실하게 늘리되 여건이 좋은 나라들과의 편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제외하고 유일한 무탄소에너지인 원자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직속인수위원회는 이러한 기조 아래 재생에너지 성장과 함께 원자력의 기술력을 고도로 발전시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라는 개성이 뚜렷한 두 에너지원을 가장 적절하게 배분하여 안정적이고도 이상적인 에너지믹스를 세우기 위해 차기 정부가 머리를 싸맬 것으로 보인다.


황일순 유니스트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는 ▲기저부하를 담당할 대형원전 40%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커버할 SMR 20% ▲재생에너지 30%의 에너지믹스 비중을 제안했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24기가 가동중인 대형원전을 2배가량 늘려 48기를 확보해야 한다. 동해안 라인을 탄소중립 특구로 지정하고 모든 원자력 산업을 옮겨 집약하면 부지를 충분히 확보 가능하다는 게 황 교수의 생각이다. 서해안은 뻘이 많아 냉각수를 식힐 수 없고 남해안은 관광지가 돼 불가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주민 이익공유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황 교수는 주장했다. 현재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발전소 주변지역 이익공유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원자력도 녹색에너지로서 주민들을 위한 유화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민수용성을 위해 원전 특구의 송전선은 지중선(매립 방식)이 필요하다고 황 교수는 내다봤다.


유니스트 관계자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4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PGSFR)의 모형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유준상 기자

재생에너지는 30%로 현재보다 10배가량 늘려야 하는데 그 비중이 늘어날수록 전력공급의 불안정성을 낳게 된다. 이때 출력 조절이 자유로운 SMR을 투입시켜 재생에너지가 발전하지 못하는 시간대 커버를 할 수 있다. 황 교수는 "재생에너지가 피크를 기록할 때는 대형원전으로 수소를 만들어 저장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저조할 때는 SMR 가동으로 극복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황일순 교수는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은 기만적이고 반세계적인 것이다. 재생에너지로 100%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극히 소수밖에 없으며 한국에서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 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는 원자력과 신재생을 조합한 개념의 CF100(Carbon Free)로 가야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6대4 비율로 가져가야"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6대4 비율로 가져가는 게 이상적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에너지믹스는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라 말씀드리기 쉽지 않다.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등 따져봐야 할 요소들이 적지 않다"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변동성이 커져 전력망이 불안정해지는 부작용이 있어 이를 고려해 믹스를 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최대부하(peak load)를 고려해서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해왔다. 전통 설비들은 전력공급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피크 때에도 전력을 모자라지만 않게끔 공급을 해주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피크뿐만 아니라 기저부하(base load)까지 신경 써서 계획을 짜야 한다.


기저부하란 전체 부하 중 24시간 동안 계속적으로 걸리는 최저부하로, 전력소비자가 애써 전력 사용을 하지 않아도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력 공급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태양광의 경우 낮에는 발전하다가 야간이 되면 발전량이 추락하기 때문에 야간시간대 기저부하를 안정적으로 감당하기 위한 기저설비(원전 등)를 얼마만큼 가져가야 하는지를 고심해야 한다.


정동욱 교수는 "우리나라의 주간 최대전력수요와 야간 최대전력수요 비중을 분석해봤더니 약 100대60 정도"라며 "낮에는 재생에너지를 돌려 100만큼 발전했다면 밤에는 최소한 60만큼 발전할 수 있는 원전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풍력발전 비중을 충분히 보유한다면 풍력은 낮과 밤 상관 없이 발전하기 때문에 야간시간대 기저부하를 감당하는 원전 비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전최강국 청사진③]편에서 계속됩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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