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협회, 수수료율 협상권 요구
카드업계, 6900억 수익 감소 우려
수수료율 갈등 ‘소비자 볼모’ 반복
금융권에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휴전과 싸움을 반복하고 있는 최장기 전쟁이 존재한다. 바로 카드사와 가맹점간 ‘수수료율 전쟁’이다. 이 전쟁은 애석하게도 매번 애꿎은 소비자를 볼모로 잡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최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마트협회와 PG협회가 함께 카드 수수료 협상권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카드사들이 힘이 막강한 초대형 가맹점 수수료는 동결해놓고 협상권이 없는 중간 규모의 가맹점에게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통보해 부담을 떠넘긴다며 협상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8조 2항에는 가맹점 단체를 설립해 거래조건에 대해 합리적으로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연매출 30억원 이상의 가맹점들은 해당되지 않아 이들은 카드사와 자율협상을 통해 수수료를 정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들 가맹점 별로 개별 협상을 진행하고, 적격비용에 따라 수수료를 책정했다며 난처한 기색이다. 이미 94%의 마트가 수수료율 인하를 적용받은 상태에서 나머지 6% 가운데 연 매출 30억원 이상의 대형 마트 등 소수의 일반 가맹점에 대해서만 수수료율 인상을 정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카드 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 4.5%에서 올해까지 총 14차례 걸쳐 인하되면서 현재 1.98~2.16%로 축소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업계 수익성에 크게 악영향을 미쳤고, 결국 2018년부터 카드사들의 결제부문 영업이익을 적자로 돌아서게 했다.
실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 간 카드업계의 가맹점 수수료 부문 영업손실은 1317억원에 달한다. 심지어 올해 수수료 인하로 인해 추가적으로 매년 69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이 감소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카드사들이 감당해야 될 부담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이는 카드사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영업점포를 축소하고,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알짜배기 카드를 없애는 등 긴축경영에 돌입하게 한 요인이 됐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고 해도 맘 편히 웃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결국 일반 가맹점들의 사정만큼이나 카드사들의 사정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가맹점들이 단체로 가맹계약을 해지하고, 카드 결제 거부 등에 돌입하는 것은 자칫 ‘생 떼’로 비쳐질 수 있어 우려된다. 이들의 결정이 곧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 그렇다.
혜택이 축소된 신용카드를 들고 계산대 앞에 서있는 소비자에게 ‘결제 거부’라는 빨간 불까지 켜지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는다.
가맹점과 카드사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존재는 소비자들인데, 갈등이 생길 때마다 소비자를 이처럼 볼모로 잡아둔다면 결국 이 전쟁의 피해자는 소비자가 되는 셈이다.
전쟁만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가맹점과 카드사들이 다시 대화를 나누고 건설적인 해답을 찾아야 한다. 명분이 사라져 버린 승자 없는 싸움으로 전락하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