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2일 '검수완박' 당론 채택
국민의힘 "민심 거스르는 것" 반박
필리버스터·위헌소송 등 전운 고조
지방선거 앞두고 여론악화 가능성↑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국민의힘과의 갈등이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자체를 헌법에 위반된 것으로 보고 위헌 소송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개혁법안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치권에선 검수완박 강행으로 인한 여론 반발이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12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추인했다. 검찰개혁법안은 검찰에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의 수사권을 분리하고 기소권만 남기겠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 등을 논의해 검찰개혁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결국 검수완박 법안 강행은 대선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키기 위한 '방탄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172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입법을 강행할 경우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검토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필리버스터 등 물리적 대응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 순서대로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검찰개혁 법안의 위헌소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헌법 제12조 제3항에 따르면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적혀있다. 이 조항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확립시켜 검사가 아닌 다른 수사기관의 영장신청에서 오는 '인권유린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다.
특히 수사를 전제로 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인정한 것이 해당 조항의 취지인 만큼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으로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형식적인 것이 돼 버린다면 된다면 헌법조항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게 국민의힘 측 설명이다.
헌법 제16조에는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국민의힘은 수사권을 가진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 발부하는 것이 헌법에 명시된 만큼,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해 영장청구 권한을 부정하는 행위 자체를 위헌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장 청구권이 검찰에게 있는 게 헌법에 명시돼 있는데 이를 위헌으로 볼 소지는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실제 법안이 위헌적인 상황을 따져보고 위헌소송과 함께 효력정치가처분신청도 제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검찰개혁 법안의 강행이 민주당의 지방선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장동 게이트,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울산시장 선거개입, 법인카드 소고기 횡령 등 현 정부의 부패에 대한 수사가 무마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아울러 지난해 국민 반대 여론에 부딪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언론중재법 사례가 있던 만큼 재차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개혁 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어도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고 명시돼있다. 만약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가 이를 다시 의결해야 한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지난해 언론중재법 사태 당시처럼 중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현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을 떨어뜨릴 도전을 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법사위 통과와 본회의 부의까지는 가능할 것 같은데 안건 상정 후 처리 절차는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에서도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도 지지율이 어느 수준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검수완박을 새 정권이 처리할 사안으로 보고 지난해 언론중재법처럼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대검찰청과의 관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검은 이날 민주당의 '검수완박' 당론 채택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일 검수완박 법안에 "극심한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국가의 중대범죄 대응역량 약화를 초래하는 등 선진 법제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공식 반대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과 같은 공당이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의 논란을 최소한도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나 검찰의 수사권을 어디에 줄 것인지를 논의조차 하지 않은 상황을 납득하기 쉽지 않다"며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됐을 경우에는 하위법을 고치는 것이 헌법과 상충될 경우에 대한 비판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