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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어업인 육성계획, 실상을 보니…


입력 2022.04.13 14:39 수정 2022.04.13 14:39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남녀어업인 간 지위·의사결정 권한 차이 여전

20년 정책 불구 보조자격, 어가 무급·가사노동 전담

역할 지속 확대에도 성차별·구조적 불평등 고착화

어가인구 감소와 어촌 고령화가 어업 노동력 부족, 어촌소멸 등 산업적·지역적 문제로 야기되자 정부가 정책적 대응을 추진 중이다.


2017년 열린 제1회 한국여성어업인 전국대회 ⓒ뉴시스

2001년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을 제정해 1차산업 참여 여성에 대한 정책기반을 처음 마련했지만 실제적으로 여성어업인만을 대상으로 한 육성안은 2017년에 이르러 제4차 여성어업인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추진됐다.


수산업·어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가운데 여성어업인은 부족한 어업 노동력 공급과 어촌사회 유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며 정책적 논의 대상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5년간 계획으로 어업에 필요한 노동력 확보와 어촌사회의 안정적 발전, 수산업·서비스업 융복합을 위한 핵심 인력으로 여성역할 증대, 양성평등정책 본격 추진 등 주된 정책을 통해 어업·어촌문제에 대응한다는 방안이다.


이어 올해 제5차 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해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어업인 응답자의 상당수인 85.7%는 본인의 선택 또는 가업을 잇기 위해 어업에 종사하지만 여성어업인의 경우 응답자의 78.4%가 배우자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어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돼, 여전히 남녀어업인 간 지위와 의사결정 권한 등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선택의 개념으로, 여성은 보조의 개념으로 어업에 종사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조사로, 종사상 지위 또한 남성어업인 응답자의 98.4%는 본인을 어업 경영주나 공동경영주로 여기고 있지만 여성어업인 응답자의 31.0%는 본인을 경영주가 아닌 보조자 격의 무급 가족종사자로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실태와 지위에 관한 남녀어업인 실태조사 ⓒKMI, 여성어업인 노동정책 방향 연구자료
어가 내 의사결정 권한 관련 남녀어업인 실태조사 ⓒKMI, 여성어업인 노동정책 방향 연구자료

어가 내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도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어가소득 창출을 위한 주요 소비지출 결정과정에서 남성어업인의 의사결정 권한이 다른 가구 구성원보다 큰 것으로 나타난 반면, 여성어업인은 다양한 어업활동 참여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 권한이 높은 분야는 식료품 구매 등으로 가사노동과 밀접한 소규모 가계지출에 한정됐다.


생활시간조사 결과에서도 남녀어업인 간 차이가 존재했다. 남녀어업인이 하루 평균 노동에 할애하는 시간은 각각 8.1시간, 8.4시간으로 큰 차이가 없으나 유급노동과 무급노동에 할애하는 비중은 큰 차이를 보였다.


남성어업인은 대부분의 노동시간(7.3시간)을 유급노동에 쓰고 있고, 여성어업인이 유급노동에 할애하는 시간은 4.4시간으로 그 외 4시간은 가사노동·무급가족 노동·가구원 돌보기에 할애하고 있었다. 이는 여성어업인이 여전히 어가 내 무급노동과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성어업인의 역할은 나잠어업·맨손어업·연안승선 등을 비롯해 어촌 내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돼왔음에도 과거부터 어업은 여성의 주도적 참여가 제한된 특성을 가지며, 성차별과 구조적 불평등이 고착화 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향후 수립될 여성어업인 정책은 여성어업인의 산업적·사회적 역할 다각화에 대한 고려와 함께 어업 내 구조적 불평등 개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KMI는 기존 국내 정책이 개별 여성의 인적자본 향상에 주안점을 둔 것에서 앞으로 수립될 정책에는 구조적 불평등 개선을 고민하며, 여성어업인 지위 향상·일과 삶의 균형과 같은 양질의 노동환경 구축을 위한 다방면의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KMI는 국내 여성어업인에 대한 논의가 산업적·지역적 문제 해소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국제적인 논의는 성평등 실현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FAO는 식량부문 성평등 실현을 위해 UN SDGs와 연계한 성평등 정책을 수립했으며 수산업 내 여성의 역할과 기여가 과소평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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