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번째 미니앨범 '그레이 수트' 발표
엑소의 리더 수호를 두고 단정하고 곧은 품행을 떠올리겠지만, 조금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다면 의외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단정함과 겸손, 여유를 잃지 않으면서 유쾌한 유머까지 가지고 있다. 그의 흥미로운 성정은 두 번째 솔로 앨범 '그레이 수트'(Grey Suit)를 통해 드러난다.
이번 앨범은 2020년 3월 발매된 미니앨범 '자화상'(Self-Portrait) 이후 약 2년 만에 선보이는 것으로 타이틀곡 '그레이 수트'를 비롯해 시간을 테마로 한 6곡이 담겼다. 서정적인 밴드 사운드부터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팝 록 장르, 감미로운 보컬이 두드러지는 음악 등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그의 매력이 음악 안에서 계속 변주된다.
이번에 SH2O란 필명으로 작사, 작곡에 모두 참여해 음악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며, 이번 앨범에 어느 정도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2년에 데뷔해 2022년이 된 해, 음악으로 군 제대 후 첫 활동을 쏘아 올리는 데까지 많은 고민과 노력을 반복해야만 하지 않았을까.
정규 1,2,3집 모두 앨범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하고,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각종 시상식에서 대상을 싹쓸이했던 엑소다. 현재 멤버들의 군 복무로 완전체 활동을 볼 수 없지만, 엑소라는 이름과 쏟아지는 관심은 여전하다. 빛이 반짝일수록 그림자가 길어지듯이 관심과 부담은 비례한다. 수호는 이 같은 마음을 음악 안에서 영리하게 풀어냈다. 수록곡 '이리, 온(溫)' 중 '한여름 밤 만난 기적 같던 넌, 겨울 끝에 피운 꽃으로, 천천히 와, 느린 걸음으로 내게 와, I'll be here for you'란 가사가 그가 나아가고 싶은 마음 아닐까.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단정하고 정돈된 말로 승부를 본다. 엑소의 리더이자 수호 다운 방정식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기획력과 가수의 진정성이 만나 유독 시너지가 돋보이는 앨범이 있는데 이번 '그레이 수트'는 그런 면에서 전곡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수호는 가수로서 정상의 길을 걷고 있지만 배우로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이라는 말보다 '아직도'라는 더 어울리는 아티스트기도 하다. 수호가 쥔 패를 우리는 아직 다 보지 못했다.
사실 엑소로 먼저 데뷔했지만 수호는 한국예술종합대학 연기과 출신인 수호는 영화 '글로리데이', '여중생 A', 드라마 '세 가지 색 판타지-우주의 별이'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발판을 다졌다. 3분 안에 무대 위에서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모습이 아닌, 영화나 드라마의 긴 러닝타임 동안 그가 쌓아가는 서사와 연기를 보는 맛은 또 색달랐다. 특히 '글로리데이'에서는 무너지는 청춘의 한 단면을 보여주며 인상 깊은 연기로 호평을 얻기도 했다.
수호는 '글로리데이' 인터뷰 당시 자신이 살아가면서 가장 높게 치는 가치를 믿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부터 주변에 대한 믿음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설명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믿음 속에서 수호가 만들어졌지만, 각자의 다른 모양을 가진 팬들의 마음을 믿음으로 연결시켜준 것 역시 수호가 이뤄낸 것들이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티스트에게 진정성보다 더 큰 한 방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