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않을 정부, 법안 처리할
의석, 동시가능한 시점 다시 오겠냐"
국회법 절차 준수 강조하면서도…
필리버스터 돌파 본회의 전략 시사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대신 '수기분리(수사권 기소권 분리)'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국회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는 가운데 관련 법안을 4월 내에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수기분리' 검찰개혁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정부와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국회 의석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동시적으로 가능할 시점이 과연 언제 다시 오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수기분리' 검찰개혁에 대한 윤석열 당선인의 진정성이 확고하다면 다르겠지만, 인수위에서 내놓는 검찰권 강화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느냐"며 "과거 군의 정치 개입을 문민통제했던 역사가 있었고, 국정원도 국내사찰을 없애면서 통제가 됐던 것처럼, 남은 권력기관인 검경에 대한 개혁은 국민의 기본권 강화를 위한 우리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내달 10일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법률안 거부권을 갖게 되면, 원내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수기분리'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내달 10일 이전에 법안 공포까지 마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4월 중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 박 원내대표는 '강행'으로 비쳐질 수 있는 요소는 최대한 걸러낸 채 말을 이어갔다. '검수완박'에 대한 국민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용어도 강성 이미지가 있는 '검수완박' 대신 일관해서 '수기분리'라 지칭했으며, 4월 중 법안 통과 과정에서 철저히 국회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겠다는 점 또한 내세웠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수기분리' 법안 처리는 국회법에 따른 절차를 철저히 준수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주장도 충분히 귀담아 듣겠다"며 "정의당이나 국민의당이나 변협·민변·참여연대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최대한 수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수기분리'를 규정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4월 중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공언한 국회 본회의에서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돌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의당 등과의 협조를 통해 180석을 만들어 국회법에 따라 무제한토론을 종결시키는 전술과 △초단기 회기를 가진 임시국회를 수 차례 소집해 회기 종료로 무제한토론을 무력화하는 이른바 '살라미 국회' 전술이 있는데, 이날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따르면 민주당은 후자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의당과의 연대를 위해서 평등법(차별금지법)을 접근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고려한 접근은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평등법을 검토)하더라도 민주당의 자체적인 판단과 공론을 통해 거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172석 민주당이 무제한토론 종결을 위해 6석 정의당에 손을 내미는 방법으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와 평등법 제정을 '바터'할 수 있다는 관측을 부인한 것이다.
'수기분리' 법안 통과시 대장동 등 특정
사건 수사 불가능해진다는 보도 반박
"부칙으로 특정 사건 수사 막힌다는데
수사 말라는 게 아니라 경찰이 수사"
이어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이 코로나에 걸리면 (본회의에) 출석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소속 의원들이 얼마나 출석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봐서 본회의 추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제한토론 종결에 필요한 180석의 국회 출석이 불투명한 만큼, 이에 기대기보다는 '살라미 국회' 전술을 채택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살라미 국회' 전술 채택을 위해서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협조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이와 관련, 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른 법사위 절차나 여야 협의 절차를 얼마나 거쳤는지 볼 것이라 본다"며 "의장을 찾아뵈며 우리는 그러한 과정과 절차는 충실히 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병석 의장의 북미) 출장 일정이 예정돼서 의장께서 결정할 문제지만, 법사위 심사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의장께서 사회 문제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기대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일각에서 '수기분리' 법안이 통과되면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등 특정 사건의 수사가 막히거나 불가능해진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수사가 불가능해지는 게 아니라, 경찰이 계속해서 수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간담회에 배석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부칙에 따라서 특정 사건의 수사가 막히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논리적으로 그렇지 않다"며 "수사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경찰이 수사를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장동 관련해서도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고, ('수기분리' 법안이) 시행된다고 해도 윤석열정부 하에서 경찰이 수사하는 것"이라며 "특정 사건의 수사를 막기 위한 부칙이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