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등을 쓴 노희경 작가와 ‘나의 아저씨’ ,‘또 오해영’의 박해영 작가. 두 스타 작가의 신작이 동시에 베일을 벗었다. 노 작가는 옴니버스로, 박 작가는 담담한 휴먼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선사 중이다. 극적인 전개로 흥미를 유발하는 작품들은 아니지만,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을 담아내며 시청자들에게 또 하나의 ‘인생 드라마’를 남기는 중이다.
지난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4회까지 방송된 현재 7~9%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넷플릭스 일간 드라마 순위 1위에도 오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방송 전부터 화려한 라인업으로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기도 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디어 마이 프렌즈’ 등을 집필하며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노 작가는 물론, 배우 이병헌, 차승원, 신민아, 한지민, 이정은, 김우빈 등의 출연이 예고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이후에는 화려함이 아닌, 담담한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제주를 배경으로, 실제 우리 곁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포착하면서 여운을 남기는 것.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것 같은 제주 풍경을 생동감 넘치게 담아내는 것은 물론, 팍팍한 현실을 살아내는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보는 이들을 몰입하게 한다. 초반 1~3회는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난 딸과 아내를 뒷바라지하느라 지친 한수(차승원 분)가 고향 제주로 발령을 받으면서, 그곳에서 행복했던 청춘을 회상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물론 그 과정이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은희의 재력을 알게 된 한수가 “아내와 별거하며 이혼을 준비 중”이라는 거짓말을 하면서 심각한 갈등이 불거지진 않을지 우려를 모으기도 했지만, 팍팍한 현실에 괴로워하면서도 청춘의 기억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했다. 극적인 전개 대신, 현실을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한 공감과 여운을 남긴 것이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톱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이들의 스타성에 의존한 것이 아닌 ‘옴니버스’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우리들의 블루스’만의 색깔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트럭 만물상 동석 역의 이병헌은 동창회에 참석해 노래를 부르고, 트럭을 몰고 물건을 파는 일부 장면에만 등장했으며, 고두심과 김혜자 등의 해녀 역을 맡은 배우들 또한 배를 타고 물질을 나가고 시장에서 물건을 팔면서 잠깐씩 등장하는 중이다. 이렇듯 다양한 인물들이 제주에서 일상을 보내는 모습들이 배경처럼 자리하면서, 실제 제주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듯한 생생함을 만들어내게 된다.
같은 날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나의 해방일지’는 성적 면에서는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결과를 얻고 있다. 견딜 수 없이 촌스러운 삼 남매의 사랑스러운 행복 소생기를 그리는 이 드라마는 현재 2~3%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이 작품 역시도 굵직한 사건들로 흥미를 유발하기보다는 평범한 인물들의 잔잔한 일상을 들여다보며 인생 또는 행복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에 분위기가 잔잔하고, 다소 어둡기까지 해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주인공들의 일상에 깊게 공감하는 이들은 이 드라마에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우선 서울과 경기를 오가며 열심히 밥벌이를 하고는 있지만, 어딘지 공허하고 지루해 ‘해방’을 꿈꾸는 염창희(이민기 분), 염미정(김지원 분), 염기정(이엘 분) 남매의 감정에 공감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포착하고 있지만,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채워가는 과정에서 뭉클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나를 추앙해 달라”라고 호소하는 염미정 등 대사들이 평범하지만은 않아 호불호를 부르기도 하지만, ‘나의 해방일지’가 담아내는 고민에 공감한 이들은 드라마에 호평을 보내며 깊게 몰입하는 중이다.
주인공의 서사에 몰입할 수 없는 ‘우리들의 블루스’의 옴니버스나 주인공들의 일상을 펼쳐놓는 ‘나의 해방일지’의 형식은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각양각색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내는 메시지의 깊이감도 여느 드라마와는 달랐다. 그렇기에 노희경, 박해영 작가가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시도기도 하다. 자신만의 뚜렷한 감성과 색깔을 가진 두 스타 작가들의 도전이 안방극장에 다양성을 불어넣으면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인생작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