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데뷔한 이승우, 훈훈한 팬 서비스 미담
그라운드 밖에서도 프로 선수로서의 의무 다해
국내 프로 스포츠 가운데 자타공인 최고라 불리는 프로야구(KBO리그)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바로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리그의 인기 하락이다.
비단 코로나19의 영향만은 아니다. KBO리그는 지난 2017년 역대 최다인 840만 관중을 뚜렷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팬 이탈이 가속화된 모습이다.
마침 KBO는 한 평생 야구의 길만 걸어온 허구연 해설위원이 신임 총재 자리에 올랐다. 허 총재가 취임 일성으로 부르짖은 것은 바로 ‘팬 서비스’. 선수들의 인식 자체가 변화해야 팬들이 야구장으로 돌아오고, 그것이 프로로서의 올바른 자세라는 것이 허 총재의 뜻이다.
팬 서비스는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갖춰야할 ‘제1의 덕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이 있어야 선수의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지,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공놀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침 팬 서비스와 관련해 모범답안이라 할 수 있는 훈훈한 장면이 나왔다. 바로 프로축구 K리그에서다.
올 시즌 수원FC에 입단한 이승우는 지난 10일 김천과의 경기가 끝난 뒤 퇴근하기 위해 경기장 밖을 나섰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이승우라는 스타플레이어를 보기 위해 한참동안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 운집해있었다.
이승우는 주저 없이 팬들 집어 들어 일일이 사인을 해줬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에 흔쾌히 자신의 얼굴을 카메라에 갖다 댔다. 더욱 인상 깊었던 장면은 어린이 팬을 대하는 이승우의 자세였다. 이승우는 어린이들이 다가오자 주저 없이 몸을 낮춰 눈높이를 맞추는 모습이었다.
연예인의 사인회를 방불케 한 이승우의 퇴근길은 한참이 지나서야 끝날 수 있었고 거의 모든 팬들이 훈훈함을 간직한 채 집으로 향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녹초가 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이승우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프로 정신을 이어가며 이날 사진을 찍어주고 사인을 해준 모든 이들을 자신의 팬으로 만들어버렸다.
이승우는 올 시즌 K리그서 가장 주목 받는 선수 가운데 하나다. 바르셀로나 유스 시절, ‘코리안 메시’라는 극찬을 받았으나 성인 무대 데뷔 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이탈리아와 벨기에 리그를 전전하다 고국 무대인 K리그에 입성했다.
그는 인터뷰 때마다 당찬 면모를 감추지 않고, 심지어 그라운드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승부욕으로 불필요한 반칙 또는 경고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안티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의 이승우는 한없이 따뜻하고 팬을 제대로 대할 줄 아는 프로 그 자체였다. 이승우의 성격이라면 “당연한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선수들이 알면서도 쉽게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바로 팬 서비스다.
리그의 인기는 돈을 들인다고 오는 게 아니다. 선수들의 소소한 팬 서비스 하나하나가 모일 때 비로소 단단한 팬층을 만드는 것이다. 이승우와 같은 미담이 축구를 넘어 프로 스포츠 전 종목 곳곳에서 들려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