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첫 미니앨범 발표
어퓨, 서울우유 등 코스메틱부터 패션 브랜드까지 모델로 활발히 활동하던 슈(SHUUU)가 싱어송라이터로 곡을 발표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5월이다. 그동안 데뷔곡 '캔디'(Candy)와 싱글 '사랑받지 못한다면 의미 없어'를 차례로 발표해 사랑과 이별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기존 발표곡을 포함한 총 다섯 곡을 눌러 담아 미니앨범을 'SHUUU!' 완성했다. 슈는 노래를 통해 결핍과 공허함, 외로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열하려 한다.
첫 곡을 낸 후 약 1년 만에 첫 미니앨범을 발표하는 슈의 소회는 남다르다. 소속사의 도움 없이 홀로 앨범을 발표하는 슈는, 곡 작업은 물론 비주얼 아트부터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전면에 나서 진행해야 했다. 서툴고 힘든 일들이 많았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기쁘다.
"저는 원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때도 곡 작업을 했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곡을 쓰는 건 온전히 집중할 수 없어더라고요. 그래서 모델 일을 우연히 시작했는데 감사하게도 빠른 시간 내에 유명 브랜드 모델이 되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저를 모델로 선택해 주셨어요. 그 돈을 모아 제가 제 앨범에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고요. 지금까지 빚 없이 음원을 발표했다는 것에 감사해요. 제가 투자해서 제 음악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정말 제 취향의 음악을 할 수 있잖아요."
타이틀곡은 '프리랜서'다. 기타를 베이스로 한 팝 알앤비의 형태의 곡으로, 모든 관계에서 느끼는 결핍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화려한 도시 속에서 느끼는 공허함, 방황함을 담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안에는 사랑을 포함한 모든 관계가 담겼고요. 저는 스스로 결핍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결핍을 음악 작업을 통해 해소하고 있고요. 노래를 들어보면 제 성향을 잘 아실 수 있을 거예요.(웃음) 요즘에 사람들이 너무 쿨하고 높은 자존감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요. 사실 저는 그럴 때마다 이질감이 들었어요.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사람의 내면에는 지질함도 있잖아요. 전 그걸 보여주고 싶어서 가사에 솔직하게 담았어요."
앨범 재킷을 살펴보면 화려하고 몽환적인 배경과 소품 사이에서 텅 빈 눈빛을 하고 있는 고요한 슈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이번 앨범 재킷은 90년대 홍콩 영화의 콘셉트를 빌려왔다.
"비주얼 콘셉트를 혼자서 정해야 해서 정말 많이 찾아봤어요. '프리랜서' 콘셉트가 '화려한 도시 속 공허함'인데 딱 홍콩 영화가 잘 어울리겠더라고요.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를 레퍼런스로 삼았어요. 여기에 슈라는 색을 섞어 약간의 퇴폐미를 더했어요. 남들이 다하는 퇴폐가 아닌, 파스텔 퇴폐요. 아! 파스텔 퇴폐는 제가 지은 거예요.(웃음) 공허함을 예쁘게 포장하고 싶었거든요."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음악에 가장 공을 들였다. 좋은 곡을 만들어야겠다 욕심이 앞서다 보니 생각보다 곡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사실 다른 곡이 타이틀이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작업한 곡이 '프리랜서'다.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하자라는 마음이 강했어요. 사실 '캔디'나 '너와 친구였다면 좋았을 텐데'는 조금 무난한 느낌이었어요. 이번에는 나라는 사람의 음악성, 취향을 슈라는 아티스트의 비주얼적인 색을 섞어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앨범 제목도 '슈'고요."
모델로서의 슈는 귀엽고 깨끗한 이미지가 강하다. 사실 슈는 순진하고 천진난만하게 만들어진 모습은 자신의 음악 색깔과는 거리가 멀다고 고백했다.
"모델로 활동할 때는 대중적이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람들이 저에게 바라는 이미지와 내가 바라는 모습과는 사실 괴리감이 있죠. 그래서 모델 할 때는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음악을 할 때는 음악과 어울리는 아티스트의 색을 보여주고 싶어요. 노래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제가 마냥 순진한 사람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그래서 고민한 결과 해답은 밸런스를 맞추자였어요.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만족도가 높은 앨범이 나오기까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일을 반복해 힘들기도 했지만, 최선을 다해 만들었기에 이번 앨범에 후회는 없단다.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앨범 낼 때마다 울었어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서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넘어가질 못해요. '이게 맞는 건가', '나는 좋아하는데 사람들은 좋아할까'란 의심이 끊임없이 저를 괴롭혔어요. 그래도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격려해 주셔서 완성할 수 있었어요."
슈는 앞으로 자기 자신을 브랜드화해 음악과 비주얼 등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도전할 예정이다. 좋아하는 걸 완성해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그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이다.
"전 제가 타고난 뮤지션이 아니라는 걸 느껴요. 그래서 꾸준히 노력해서 성장해나가고 싶어요. 이제 저의 색깔을 찾은 것 같아요. 제 노래를 들려주고, 또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