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자유·평화·번영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출범 일주일을 앞둔 새 정부 관계자들이 한미동맹에 무게를 둔 대외정책 방향성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지만 총론 차원의 '정책 브랜딩'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호(號)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 사태 등 엄중한 여건 속에서 닻을 올리는 만큼,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국내외 이해 증진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일 국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차기 정부의 대외정책을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요약했다. 다만 답변에 앞서 "좀 길긴 하다"며 '사족'을 달았다.
박 후보자의 관련 답변은 '새 정부 대외정책이 한마디로 무엇인지, 비전과 가치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의원은 "정책 성패와 상관없이 정부가 추진하는 가치와 비전에 이름을 지어 국민께 알리는 건 (정책) 컨셉을 분명히 하고 국민소통의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역대 정부들은 출범 초 통일·외교·안보정책 '브랜딩'에 공을 들여왔다.
임기 내 대북성과에 '올인'해온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전제로 대외정책을 전개해왔다. 전임 정부였던 박근혜·이명박·노무현·김대중 정부 역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비핵·개방3000 △동북아 균형자론 △햇볕정책 등의 '간판'을 내건 바 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향후 노선을 암시하기도 했다.
우선 그는 '자유'와 관련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외교를 펴겠다는 의미가 포함돼있다"며 "한국이야말로 자유와 인권을 얼마나 존중하는 나라인지 전 세계에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는 계속되는 남북 대립관계를 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해 바로잡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아울러 "'번영'은 경제안보 시대에 한국이 가지고 있는 기술 강점을 살려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자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자유민주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한미동맹 강화와 역내 역할 확대를 꾀하는 한편, 북한·중국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박 후보자는 "북한의 말과 행동을 볼 때 북한 스스로 비핵화 할 의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에 대해서 평화만 이야기한다고 평화가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비핵화 하겠다고 말만 하는 것을 믿고 '진정성 있다'고 판단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북 억지력을 우선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 스스로 비핵화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일관성 있게, 제재·압박·대화·설득을 통해 비핵화를 유도하는 게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질서가 전개되고 있다"며 "한미동맹의 신뢰 기반을 강조하고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역할을 확대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관계를 강화하고 우리가 (역내) 역할을 확대해가는 과정에서 혹시나 중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지거나 마찰·갈등이 생긴다면 그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명한 외교를 수행해야 한다"며 "중국이 한국 의도를 오해하지 않도록 전략적으로 소통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