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팔수록 제 값 받나"…발표 하루 만에 문의 전화 빗발
"언젠가는 가야할 길" vs "특정 지역 국한해선 안돼" 이견
"그동안 한다 안한다 말이 많았는데, 어제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 이후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3일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1기 신도시 재건축 일대에 기대감이 높아졌다.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조속한 추진"이라고 입장을 번복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는데, 어제의 발표로 1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규제 완화가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만난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민들의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이젠 불확실성이 가셨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인수위는 전날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이 다수 담았다.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부담금, 안전진단 등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완화해 도심 공급을 촉진한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해 1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 2일 경기 일산을 방문해 "1기 신도시의 종합적인 도시 재정비 문제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집값 불안을 이유로 1기 신도시 관련 메시지가 '오락가락'했는데, 이번 발표로 '혹시나'하던 불안감이 해소됐다. 일대 재건축 단지들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안전진단 등 사업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 1기 신도시의 다수 단지는 준공 30년차가 임박한 상황이다.
벌써 수혜를 기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매물을 거둬들여야 하냐고 묻는 전화가 여러통 왔다고 한다. 당선인이 재건축 정비사업 활성화를 약속한 만큼 늦게 팔수록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금정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늘 오전에만 해도 나중에 파는 게 좋지 않겠냐고 물어보는 집주인들이 있었다"며 "새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불안해지겠지만, 시장 안정을 위해 결국에는 추진해야 할 방안이라고 설명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발표로 호가가 오르는 등 시장 불안은 예정된 것"이라며 "하지만 서울 인접지역에서 대규모 공급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계속해서 구체화된 내용도 없이 1기 신도시 관련 발표를 하고 있는데, 이는 부작용만 부를 뿐"이라며 "대대적으로 발표하거나 할 것이 아니라 추진 방향 등을 구체화하는 등 내부적으로 조용히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특정 지역에 국한하는 방식의 재정비는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기 신도시를 콕 찝어 발표하게 되면 해당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크게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며 "목동이나 다른 낙후 지역 등 재정비가 더 시급한 곳들의 개발을 우선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