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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트럼프의 뒤끝 흉내 내나


입력 2022.05.09 07:04 수정 2022.05.09 09:59        데스크 (desk@dailian.co.kr)

퇴임 연설에 더해 퇴근 행사까지

이재명의 문 대통령 판박이 행태

“후안무치한 피의자 도주 계획서”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마지막 날이다. 오늘 밤 12시로 5년 임기가 끝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 그는 몇 차례 ‘잊힌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퇴임 준비에 너무 애쓰는, 그러니까 안 잊히려 애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JTBC에서 손석희 앵커와 대담을 한 영상이 지난달 25, 26일 이틀에 걸쳐 방영됐다. 지난 5일에는 청와대 녹지원에 어린이 9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제100회 어린이날 행사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올해 우리 어린이들은 이 청와대 녹지원에서 어린이날을 보내는 마지막 어린이가 되었다. 아주 특별한 추억”이라고 말했다. 황당하게도!

퇴임 연설에 더해 퇴근 행사까지

대통령들이 청와대를 차지한 동안에는 특별히 선정된 소수의 어린이들만이 녹지원에 초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원하는 어린이라면 누구나 언제든 그곳에 놀러갈 수 있다. 그 자신 대통령으로서 어린이들과 함께 ‘대통령의 어린이 사랑 과시’ 녹지원 행사를 갖는 마지막 기회라는 게 팩트다. “이제 어떤 어린이도 이 녹지원에서 대통령과 함께 어린이날을 즐길 수는 없을 것”이라는 뜻의 말을 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러니 잊지 말아줘!”


퇴임일인 오늘도 그의 퍼포먼스는 계속된다. ‘빽빽한 일정’ 중에는 퇴임연설이 포함됐다. 기억이 가 닿는 한 처음 있는 연출이다. 중계방송까지 예정돼 있다. 새 대통령 취임 바로 하루 전에 “Don’t forget to remember me”(나를 기억하기를 잊지 말아 줘)라고 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윤석열 다음 대통령에 대해 감정이 좋을 리 없지만, 그렇다 해도 이처럼 취임식에 초를 칠 일은 아니다.


오후 6시 퇴근시간이 되면 부부가 함께 퇴근 퍼포먼스를 펼칠 것이라고도 한다. 청와대 직원들의 배웅만 받고 마는 게 아니라 정문을 통해 분수대까지 걸어 나가서 대통령의 퇴근길에 함께 하고자 하는 시민들과 만나 또 인사 말씀을 남긴다는 계획이라고 알려졌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셀프 퇴임 행사를 벤치마킹했을까). 마지막까지 연설에 집착하는 퇴임 대통령의 희망이 ‘잊힌 사람 되기’라니! 그 숱한 나날은 다 어쩌고 마지막 날 단 한번 ‘퇴근길 시민들과의 만남’ 공약을 실천한다는 것인지….


내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다음 바로 양산군 평산리 자택으로 간다고 한다. JTBC와의 인터뷰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마을 일상과 관련 “그렇게 안하려고요”라고 했다. “보통의 시민으로 은퇴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도, 모범이 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을 보탰다. 그런데 그가 퇴임 무렵에 보여준 행태로 봐서는 많이 미심쩍다. 대통령으로서는 가식(假飾)이 때론 불가피할 수가 있다. 그러나 한 시민으로 돌아가면 모든 것에 앞서 그것, 그러니까 가식과 결별하는 노력부터 기울여주길 바란다.


문 대통령과 관련,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취임 이후가 아니라 그 이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는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다. 그랬음에도 그는 정계를 떠나기는커녕 국회의원직을 그대로 수행했다. 물론 대선에 진다고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대선에 출마한 사람이 국회의원직을 고수한 점은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이재명의 문 대통령 판박이 행태

정치적으로 어떤 손해도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던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패배할 경우에도 당에 대한 리더십은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을 수가 있다. 이미 재도전의 경우까지 염두에 뒀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었다. 대표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네 번이나 도전한 끝에 결국 목적을 달성했다. 그랬던 DJ조차 낙선 직후에는 정치와 거리를 두는 시간을 가졌다. 심지어 ‘정계은퇴’를 선언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당시의 문 후보는 그러지 않았다. 패배자가 정치보복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만큼 민주화가 이뤄진 덕분이었겠지만 재도전에 대한 집착은 그보다 더 강했다고 할 수 있다.


그 행태를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그대로 이었다. 대선에서 낙선하고 한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갖나 했더니 당선가능성이 높은 보궐선거 지역구가 생기자 바로 낚아채는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무리를 해가면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강행하고, 그 때문에 계양을 지역구를 비운 게 이 전 후보 길 틔워주기였을 것 같기도 하다.


그는 8일 오전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 전 후보나 민주당의 모모한 사람들이 말로써 합리화 정당화시키지 못할 일은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한다. 말재간꾼의 언변이 다시 시작됐다.


지난 일이긴 하지만 민주당이 ‘이재명’ 아닌 다른 사람을 대선 후보로 내세웠더라면 결과가 바뀔 수도 있었으리라는 평가가 많다. 하필이면 하자투성이 인데다 인격·이미지에도 모가 난 그를 공천한 게 민주당의 패인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극렬 지지자도 많지만 회의론자도 많다. 이 분위기가 확산되기 전에 다잡으려면 국회에 진입해서 당 장악력을 유지·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성남시 분당갑 선거구는 전 성남시장, 전 경기도지사로서 자신의 연고지이지만 대장동 의혹 등으로 인해 아주 버거운 곳이 됐다. 대선 때도 이 지역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 비해 12%포인트나 뒤졌다. 반면에 인천 계양을은 이재명 후보가 윤 후보보다 8.5%포인트 넘게 이겼다. 당선 가능성에서 이 고문에게 월등히 유리한 곳이다. 그는 “상대가 원치 않는 때, 장소, 방법으로 싸우는 것이 이기는 길”이라고 강변했지만 분당갑에서 승산이 없으니까 피해 간 것일 뿐이다.

“후안무치한 피의자 도주 계획서”

이 고문이 아니면 내세울 스타가 없어 보이는 민주당이 한심하지만 국민의힘도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분당갑에는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을 투입하기로 사실상 결정한 모양이나 계양을에는 자신 있게 내세울 주자를 아직 못 찾고 있는 인상이다. 벌써 민주당 이 고문에 주눅 든 것이나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일단 윤형선 당협위원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고 윤희숙 전 의원과 배우 김부선 씨가 거명되고 있지만 당 지도부가 머뭇거리고 있다는 언론 보도다.


윤 전 의원은 “자신이 처할 정치적 위험을 정면 돌파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것이 정치”라고 한 이 고문의 출마 선언문을 인용하며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본인의 범죄 행위로 인한 정치적 위험은 수사부터 받고 깨끗이 혐의를 벗은 후에 선출직에 나오는 게 국민에 대한 기본적 도리다. (이 고문의 출마는) 역사상 가장 후안무치한 피의자 도주 계획서다.”

이 고문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권의, 뒤가 켕기는 실세들 모두가 검수완박이라는 철갑을 두르고 철벽을 쌓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 기세등등해졌을 것이다. 특히 이 고문은 일단 국회에 진입만 하면 민주당의 거대의석에다 국회의원 특권까지 더해져 검찰이나 경찰의 신세는 더 이상 질 필요가 없다고 여길만하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당장 급한 게 그의 국회 진입 저지다. 대결 상대로는 그의 허상을 유권자 앞에 효과적으로 드러내 보여줄 수 있는 논리적 이론적 실력자가 소망스럽다. 윤 전 의원은 지난 6일 MBN 프레스룸에 출연해서 이렇게 말했다.


“큰 책임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분들이 꽃길을 간다든가 아니면 뭐 평론만 하고 계신다든가 하는 것은 기회주의적이라고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배포가 안 된다거나 그러시면, 그래서 저더러 나가라고 그러면 따라야죠.”

국민의힘 지도부와 공관위 구성원들의 생각은 어떤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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