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호 공약 50조원 규모 추경
재정·물가 현실 고려해 축소 불가피
일괄 보상 기대한 소상공인 ‘민심’
내달 지방선거 영향 미칠 가능성도
윤석열 정부가 10일 출범하면서 대통령 선거 당시 대표 공약이었던 추가경정예산안 발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약속했던 50조원 규모에 미치지 못하면서 소상공인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 경제팀이 성난 민심을 어떻게 달랠지 지켜볼 대목이다.
1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윤 정부 첫 추경안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11일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 12일 예정된 국무회의서 의결 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추경 골자는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소상공인 손실보상’이다. 기재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손실보상안을 바탕으로 추경을 구체화하고 있다.
전체 금액은 34~36조원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이 선거 때 공약했던 50조원보다는 30%가량 줄어든 액수다. 인수위는 소상공인 손실 추계를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개별 업체 규모, 피해 정도, 업종별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해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지난 3월 1차 추경에서 17조원 가량을 이미 집행한 만큼 이번 추경에서는 33조원 가량을 손실보상금액으로 편성해 50조원을 맞출 예정이다. 인수위가 조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소상공인·소기업 영업손실액은 약 54조원 수준이다.
추경 축소에 소상공인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했던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600만원 일괄 지급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애초 소상공인들은 손실보상액(피해지원금)으로 최소 1000만원을 지급할 것으로 기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지급한 400만원을 빼더라도 이번 정부에서 최소 600만원을 일괄 지급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손실보상 소급적용 배제도 논란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여러 차례 소급적용을 약속했으나 이번 인수위 발표에서는 해당 내용이 빠졌다.
소상공인연합회 10일 대통령 취임 축하 논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제1호 공약으로 소상공인의 위기 극복과 일상 회복을 위해, 피해지원금 지원과 온전한 손실보상, 소급적용방안 마련 및 통합 채무 재조정 등 종합적인 정책을 제안했다”며 “이러한 공약 사항이 차질없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재차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애초부터 일괄 600만원이 아닌 적은 곳은 300만원, 많은 곳은 1000만원 이상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고 해명했다. 다만 손실보상 소급적용은 법 개정 등이 필요한 만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인정했다.
장상윤 인수위 코로나특위 정책지원단장은 “소급을 하려 해도 2021년 7월 6일 이전 영업손실에 관한 자료를 소상공인이 제출하고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료도 없고 확인도 불가능하다”며 “이보다는 현재 제도와 피해지원금 제도를 보강해 소급보상 목적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겠다는 게 인수위 취지”라고 말했다.
인수위가 전임 정부에서 추진한 손실보상까지 끌어들이며 2차 추경 규모를 줄인 것은 재정 마련의 현실적 어려움과 최근 급등하는 물가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2차 추경으로 시중에 대규모 돈이 풀리면 지난해부터 이어온 고(高)물가 상황이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 고물가는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 발목을 잡게 된다. 새 정부 입장에선 추경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불가피한 적자 국채발행도 걱정이다. 정부는 본예산 구조조정을 강조했지만 현실적으로 최소한의 국채발행은 피할 수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규모 추경 파급효과가 향후 통화정책 등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적자 국채발행으로 시장금리가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적자 국채 발행은 시장 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소가 된다. 이는 기업과 가계의 이자 상환부담으로 연결된다”며 “결국 추경엔 양면성이 존재하는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측면과, 금리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측면이 공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윤석열 정부 경제팀은 추경과 물가라는 상충하는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동시에 코로나19 피해를 견뎌온 소상공인 민심도 달래야 한다. 자칫 새 경제팀 역량에 따라 내달 예정인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추경호 경제팀은 기대보다 더 큰 부담을 안고 닻을 올리게 됐다.
▲[출항 추경호號③] 월급만 제자리…민생 흔드는 물가, 새 정부 사활 걸어야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