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Q 평균 가동률 90.8%…러시아 가동률 47%p↓
기아도 전년비 2%p 떨어진 84.4% 그쳐…"공급 지연 영향 최소화"
현대차와 기아의 1분기 글로벌 사업장 가동률이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감소했다.
양사는 반도체 수급 문제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상하이 등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가 해제되고 러-우 전쟁이 종료될 때까지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17일 현대차의 2022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현대차의 글로벌 사업장의 올해 1분기 생산능력은 92만5000대였으며 이중 생산실적은 83만9857대를 나타냈다.
평균 가동률은 90.8%로, 전년 동기(97.3%)와 비교해 6.5%p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전했던 2020년 1분기(87.7%) 보다는 회복됐지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여파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평균 가동률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로 지난해 2분기 88.3%로 급감한 뒤 국내 사업장과 유럽 생산법인 등의 생산이 다시 늘어나면서 3분기 91.0%, 4분기 99.9%로 올라섰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과 올해 초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발 와이어링 하네스 부족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1분기 가동률은 하락세로 전환됐다.
앞서 현대차는 러시아발 악재에 지난 3월부터 러시아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러시아 수요도 동반 감소하면서 이 지역 판매(소매 기준)는 전년 대비 25%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가동률 100%를 크게 웃돌며 전체 생산 실적에 기여했던 러시아 생산법인(HMMR)은 올해 1분기 83.3%로 주저앉았다. 이곳에선 솔라리스(Solaris), SUV 크레타 등을 생산한다.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러시아 경제제재로 HMMR 생산·판매 차질은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실제 4월 HMMR 판매량은 2242대로 1월(1만7649대), 2월(1만7402대)와 비교해 87% 이상 급감했다.
반도체 공급 이슈는 기아도 피해가지 못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사업장 평균 가동률은 84.4%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p 하락했다.
지난해 평균 가동률 93%를 기록해온 슬로바키아 생산법인 가동률이 올 1분기 84%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이곳에선 씨드(C'eed), 스포티지, 벤가(Venga) 등을 만든다.
국내 사업장 가동률도 전년 1분기 94.3%에서 올해에는 87.8%로 떨어지며 부진했다.
지속되는 반도체 공급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으로 인한 생산차질 우려가 겹치면서 현대차와 기아가 코로나 이전인 2019년(99.8%, 89.2%) 가동률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은 미지수다.
특히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수요 위축을 부추겨 생산 차질 해소 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양사는 차량 생산 일정 조정 등을 통해 공급 지연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의 경우, 러시아에 수출하는 부품들을 타지역에 전환배정해 러시아 외 지역 생산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신차 출시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서강현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달 말 가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계획된 투자와 신차 출시 연기로 유동성 측면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현대차는 올해 국내와 해외를 합쳐 432만3000대를 팔겠다고 했고 기아는 315만대를 내세웠다. 이같은 목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