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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무선이어폰 디자인의 새 지평, 낫싱 ‘이어원’


입력 2022.05.22 07:00 수정 2022.05.18 17:03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기계美 넘치는 변태적 디자인…‘기기덕후’ 자극

음질·노캔 다 좋지만…‘AS·생태계 한계’ 치명적

낫싱 무선이어폰 ‘이어원(ear 1)’.ⓒ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낫싱 무선이어폰 ‘이어원(ear 1)’.ⓒ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치실통, 콩나물, 강낭콩. 요즘 나오는 무선이어폰을 비유하는 단어들이다. 무선이어폰을 대중화시킨 애플의 ‘에어팟’ 케이스는 둥그스름한 사각형으로 치실통을 닮았고 삼성전자의 ‘갤럭시버즈’ 시리즈는 동글동글 귀에 쏙 꽂혀 강낭콩을 떠오르게 한다. 이후 출시되는 다른 제조사의 무선이어폰들도 이러한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낫싱의 무선이어폰 ‘이어 원(ear 1)’은 이런 천편일률적인 틀을 완전히 깼다. 디자인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이들은 외관만 보고도 구매를 결정할 수 있겠다 싶을 만큼 디자인이 뛰어나다는 게 첫인상이다.


낫싱 브랜드는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하다. 영국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중국 제조사인 원플러스 공동 창업자인 칼 페이가 2020년 세운 회사다. 아직 정식 출시한 제품도 이어원 하나뿐이다. 간결하고 단순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애플의 대항마’라는 거창한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어원을 보고 나니 요즘 전자기기에서 잘 느껴볼 수 없었던 ‘갬성’ 하나만큼은은 분명히 느껴졌다.


낫싱 무선이어폰 ‘이어원(ear 1)’.ⓒ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낫싱 무선이어폰 ‘이어원(ear 1)’.ⓒ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이어원 케이스는 정사각형으로 굳이 뚜껑을 열지 않아도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디자인을 한 사람이 기계공학을 사랑하는 변태(?)가 아닐까’ 하며 뚜껑을 열면 양쪽 유닛이 대각선으로 배열돼 있고 가운데는 흰색 플라스틱으로 채워졌다. 유닛은 더 변태스럽다. 기둥 부분이 투명하게 마감돼 자석과 내부 부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낫싱은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어원의 디자인에는 불필요한 브랜딩, 디자인 요소를 제거해 오로지 낫싱의 가치만을 담았다”며 “피상적인 모든 것을 제거해 사용자 경험에 진정한 가치를 더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제품에 꼭 필요한 요소는 포함하되, 꼭 필요하지 않은 요소들은 제거해 간결하지만 완벽함을 추구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오른쪽 유닛에는 빨간 동그라미로 포인트를 줬다. 유닛이 붙는 자석도 오른쪽만 빨간색으로 처리했다. 제품을 사용하고 다시 케이스에 넣을 때 왼쪽 유닛과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투명한 케이스와 흰색 본체, 검은색의 유닛 기둥 부분, 빨간색 포인트가 적절히 잘 어우러진다.


낫싱 무선이어폰 ‘이어원(ear 1)’ 구성품.ⓒ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낫싱 무선이어폰 ‘이어원(ear 1)’ 구성품.ⓒ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측면 케이스 힌지(경첩)와 자석으로 달라붙는 부분은 고철 재질의 은색으로 마감 처리됐다. 자성이 강해 케이스를 여닫는 손맛이 있고 유닛을 넣을 때도 착 달라붙는다. 케이스를 열고 거꾸로 마구 흔들어도 유닛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오른쪽 옆에는 페어링 버튼과 USB-C 충전포트가 있다. 페어링 버튼을 누르면 앞쪽의 LED가 초록불을 내며 깜빡인다.


이어원은 인이어 형태로 기본적인 소음 차단이 잘 되면서도 착용감이 좋은 편이어서 귀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평소 사용하던 ‘에어팟 프로’보다 가볍다고 느꼈는데 실제 에어팟 프로 유닛 무게는 5.4g, 이어원은 4.7g으로 차이가 있었다.


페어링 버튼을 누르니 평소 사용하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 화면에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는 알림창이 뜬다. 앱을 설치하면 배터리 잔량을 볼 수 있고 액티브노이즈캔슬링(ANC·소음억제), 주변음 허용 모드 등으로 전환하거나 유닛 터치 설정을 바꿀 수도 있다.


유닛은 양쪽 모두 터치나 탭 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재생하거나 노이즈캔슬링을 제어할 수 있다. 그동안 써본 유닛 터치 방식의 무선이어폰들은 실제 사용 시 머리를 넘기거나 살짝 스쳐도 너무 예민하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불편했는데 이어원의 경우 필요한 제스처만 잘 인식해 짜증 날 일이 적었다.


낫싱 무선이어폰 ‘이어원(ear 1)’.ⓒ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낫싱 무선이어폰 ‘이어원(ear 1)’.ⓒ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무선이어폰의 본질인 성능을 보면, 오히려 디자인에 성능이 가려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 음질은 무선이어폰 성능 상향평준화 시대라고는 해도 기대 이상이었고, 중저가 중국 제품들과는 차이가 컸다. 기본 설정에서는 저음이나 고음을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고 플랫한 소리를 냈다. 플랫하다고 하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원음 그대로를 잘 전달해 준다는 뜻도 된다.


가장 궁금했던 노캔 성능도 뛰어났다. 30만원대의 에어팟 프로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10만~20만원대 국산 프리미엄급 제품과 비슷하다고 느낄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다. 다만, 노캔 특유의 바람 새는 소리가 나서 음악을 끈 상태에서는 조금 거슬린다. 주변음 소리 듣기도 기계음으로 한번 걸러서 들려주는 느낌이어서 오래 켜두기에는 귀가 너무 피곤했다. 통화품질은 평이한 수준이다.


낫싱은 “이어원은 11.6mm까지 확장되는 큰 드라이브로 음질 퀄리티를 크게 향상시키고 균형 잡힌 저음, 중음, 고음 성능을 자랑한다”며 “고성능 마이크는 본연의 음질을 그대로 들려주고 알고리즘이 백만 개의 음성과 사운드를 조합하고 분리해 증폭시켜 놀라운 정확도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배터리 타임은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편이다. 유닛은 최대 5시간 연속으로 쓸 수 있고 충전 케이스와 함께 쓰면 34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케이스는 무선충전도 가능하다. 방수는 IPX4등급으로 운동하면서 쓰기에 무리 없는 수준이다.


낫싱 무선이어폰 ‘이어원(ear 1)’ 앱 다운로드 화면.ⓒ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낫싱 무선이어폰 ‘이어원(ear 1)’ 앱 다운로드 화면.ⓒ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낫싱 무선이어폰 ‘이어원(ear 1)’ 앱 화면.ⓒ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낫싱 무선이어폰 ‘이어원(ear 1)’ 앱 화면.ⓒ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이어원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매력적인 제품임이 분명하지만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2개의 단점이 있다. 먼저 고장 났을 때 사후서비스(AS)를 받을 길이 막막하다. 한국 지사도 없는 상태여서인지 공식 홈페이지에조차 AS에 대한 언급이 없다. 무선이어폰이 아무리 소모품이라고 해도 11만9000원이나 하는 제품의 AS가 어렵다는 건 치명적이다.


두 번째는 스마트폰과의 브랜드 통일성이다. 애플, 삼성전자 등의 단말 제조사들은 스마트폰과 무선이어폰, 스마트워치 등 고유한 무선 기기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 추세대 따라 소비자들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주변 기기 브랜드를 통일하는 경우가 많다. 연동성이 좋기 때문이다.


평소 쓰던 안드로이드폰과 이어원을 조합해 사용하면서 엄청나게 불편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호환이 잘 안된 것은 아니지만, 알림창이 잘못 뜨거나 가끔 연결 오류가 일어난다거나 하는 상황은 사용성을 떨어트리는 요소일 수밖에 없었다.


낫싱은 올여름 한국에 첫 스마트폰 ‘폰원’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폰원 역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기계미(美) 넘치는 디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낫싱이 자체 운영체계(OS)를 구축하며 기기 생태계 조성에 나선 만큼, 브랜드와 기기 간 연동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제조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타깃 :

- 보면 볼수록 예쁘다. 어디서 꺼내도 시선 집중.

- 예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본업도 잘한다. 최근 2주간 에어팟 프로보다 자주 꺼내 쓸 정도.


▲주의할 점 :

- 지갑을 열까 말까 열까 말까 고민되는 애매한 가격.

- 케이스 자체가 디자인이라 다른 케이스를 씌우기 아깝다.

- 근데 그러기엔 투명 케이스에 흠집이 너무 금방 난다. 2주 썼는데 벌써 기스(?) 작렬.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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