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행 끝내기 안타 때 두산 주자들 주루 미스
곧바로 이어진 수비에서는 집중력 잃어버려
야구는 대표적인 멘탈(정신력) 스포츠다.
제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굳건한 정신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제 실력을 100% 발휘할 수가 없다.
야구는 실시간으로 경기가 진행되는 대부분의 구기 종목들과 다르게 정적인 환경에서 플레이가 이뤄진다. 공을 던지는 투수도, 이를 공략해야 하는 타자도 크게 한 숨을 들이쉬고 멘탈을 부여잡을 기회가 주어진다.
타격이 이뤄져 인플레이 상황에 돌입한다면 이때부터 빠른 판단이 요구된다. 야수는 공을 어떻게 처리할지, 어디로 던질지 결정해야 하며 주자들은 타구 방향에 따라 진루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공과 상관없는 야수들도 백업 플레이를 위해 자신이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 정해야 한다.
하지만 멘탈이 흔들리고 있다면? 투수는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질 수 없고, 힘이 잔뜩 들어간 타자는 헛스윙을 일삼게 된다. 빠른 판단이 요구 되어야 할 야수와 주자들도 우왕좌왕하게 돼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18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SSG와 두산의 경기에서는 멘탈이 야구라는 종목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입증된 장면들이 나왔다.
두산은 연장 11회말 1사 만루의 끝내기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 들어선 조수행은 장지훈의 2구를 받아쳤고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3루 주자 김재호가 홈을 밟으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두산의 1, 2루 주자들이 진루하지 못했고 그 사이 SSG의 태그 플레이가 이뤄지며 끝났어야 할 경기가 다음 이닝으로 넘어가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흔치 않은 상황에 두산 선수들은 말 그대로 넋이 나갔고 특히 우익수 조수행은 곧바로 이어진 수비에서 집중력의 끈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조수행의 본 헤드 플레이로 추가 진루에 성공한 SSG는 그대로 3점을 추가하며 행운의 승리를 얻는데 성공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는 전성기 시절, 독보적인 기량을 지니고도 가을 야구에 약하다는 징크스에 휘말렸고 결국 포스트시즌 때마다 이를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수차례 고개를 떨궜다.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본 헤드 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팀이 패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면 다음 경기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장기 슬럼프에 빠질 경우 팀에 더 큰 피해를 입히게 된다. 조수행에게는 훌훌 털고 일어날 강인한 멘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