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GA 순익 547억…전년比 32%↓
생보사 제판분리 자회사 '적자의 늪'
대형 보험사들이 상품의 제조와 판매를 전담 조직으로 나누는 이른바 제판분리를 통해 법인보험대리점(GA) 시장에 뛰어들면서 현장 영업이 출혈 경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두고 보험업계가 자본력 관리에 주력해야 하는 와중 무리한 영업전이 재무 건전성만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한국보험대리점협회에 따르면 홈쇼핑과 제판분리 자회사형 GA를 제외한 설계사 수 500인 이상 대형 GA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547억원으로 전년 대비 32.0% 줄었다. 매출도 6조600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1% 감소했다.
보험대리점인 GA는 특정 회사뿐 아니라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다양하게 팔 수 있는 판매 전문사다. 보험사들도 최근 보험 상품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겠다는 제판분리를 선언하고, 본사로부터 독립시킨 자회사 GA를 설립하고 있다.
특히 최근 대형 생보사인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제판분리를 선언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미래에셋생명은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한화생명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지난해 3월과 4월 각각 출범시켰다.
문제는 기존 GA업계뿐 아니라 이들 자회사들의 실적도 함께 악화됐다는 점이다. 대형 생보사가 GA 시장에 발을 들인 이유 오히려 출혈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염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올해 1분기에도 4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설립 이후 ▲2분기 290억원 ▲3분기 590억원 ▲4분기 810억원 등 출범 첫 해에만 총 1690억원 적자를 본 데 이어, 올해까지 4분기 연속 손실이다. 미래에셋생명금융서비스 역시 지난해 25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으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처럼 주요 GA들의 실적은 악화되고 있지만 보험 판매량은 더욱 늘고 있다. 그만큼 시장의 덩치는 커지고 있지만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적 효율성은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에 따르면 조사 대상 대형 GA 신계약 건수는 지난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합쳐 1368만건으로 전년 대비 1.7% 늘었다. 신계약 금액도 6억327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3% 증가했다.
특히 이런 상황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보험업계의 재무건전성 부담을 늘릴 IFRS17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와중 경쟁 과열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내년부터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자본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판분리에 힘입어 상품 판매의 효율성은 개선될 수 있겠지만, IFRS17을 앞두고 자본력 관리가 절실한 원수 보험사와 이해가 엇갈릴 수 있다는 측면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