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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신경영' 29주년에 네덜란드行 "잘 다녀오겠다"


입력 2022.06.07 12:40 수정 2022.06.07 13:13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5나노미터 이하 초미세공정 경쟁 위해 EUV 장비 수급 필수

유일한 경쟁사인 TSMC, 현재 삼성 제치고 선두 점하고 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네덜란드로 출국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위탁생산(이하 파운드리)을 위한 장비 확보를 위해 7일 유럽 출장에 나섰다. 이날은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대대적 혁신을 주문한 '신경영 선언'을 한 지 29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만큼 이 부회장의 출장 소감에 많은 관심이 쏠리기도 했으나 이 부회장은 "잘 다녀오겠다"는 짧고 묵직한 소감을 남기고 출장길에 올랐다.


이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이 부회장은 오는 18일까지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지역을 방문한다. 그의 글로벌 현장 경영은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이후 6개월 만이다. 이번 출장에서는 첨단 반도체 장비 확보를 위해 우선적으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이다. 이 장비를 사용하면 반도체 회로를 더 미세하게 그릴 수 있어 칩 크기를 더 작게 만들 수 있다. 칩이 작을수록 전력 효율은 높아지고, 생산 원가 역시 낮아지는 이점이 있다. 다만 이런 기술을 쓸 수 있는 EUV 노광 장비는 가격이 대당 1500억원~300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세계에서 ASML에서만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에서 가장 먼저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ASML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진행하며 파트너십을 쌓아왔고 이 부회장은 2016년, 2019년, 2020년에도 각각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반도체 미세공정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제껏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에 이번 방문으로 EUV 장비 수급 문제를 풀어보려는 시도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비메모리 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에도 EUV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5나노미터(nm, 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 경쟁을 위해선 EUV 장비가 필수적인데, 현재 5나노 이하 공정을 구현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뿐이다. 유일한 경쟁사인 TSMC는 현재 EUV 보유 대수와 파운드리 점유율 등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선두를 점하고 있다. EUV 장비 확보가 삼성전자의 현 상황에 핵심 요소인 셈이다.


아울러 이번 출장에서 대형 M&A(인수합병) 문제도 거론될 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현재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은 중단 상태다. 네덜란드에는 삼성의 유력 인수합병 대상 후보로 꼽혀온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도 있다. 독일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도 인수합병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이 부회장의 공식 행선지인 네덜란드 외에도 독일, 영국 등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파운드리,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육성 계획이 담긴 450조 투자 계획을 밝힌 후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450조원 중 약 20%에 달하는 90조원을 해외 투자에 쏟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부회장 역시 올해 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언급해 향후 대형 M&A 계약 추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잠행을 이어가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방문 이후로 적극적인 경영활동에 나서고 있다. 다만 지난해 8월 가석방 출소 이후에도 취업제한이 풀리지 않아 정상적인 경영활동에는 여전히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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