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도, 이 부회장도 "과학기술, 투자에 목숨 걸어야" 한 목소리
기업이 경제 주도, 정부가 뒷받침 '민관 팀플레이' 기대 커져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 반도체 동맹’을 맺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와 삼성의 팀플레이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모두 반도체 글로벌 리더십 확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뛰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특강’을 열고 각 부처 장관들에게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반도체의 이해 및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20분가량 특강을 했다. 이 장관은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을 지낸 반도체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후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 모두가 첨단 산업 생태계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알아야 한다”면서 “과외 선생을 붙여서라도 반도체에 대해 더 공부해오라”고 장관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또 “반도체는 안보전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한미정상회담 때 세계 최대 파운드리를 보유한 평택 삼성 반도체공장을 가장 먼저 방문한 것은 대한민국을 안보전략적 차원에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그는 “잠재성장력 제고를 위해선 인재양성이 가장 중요하다. 교육부가 성장 발목을 잡지 않으려면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과학기술 인재 배출해야 하는 것”이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특히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 과학기술을 통해서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은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으로 출국하며 화제를 모았던 날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오는 18일까지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출장 목적은 첨단 반도체 장비 확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리더십을 굳건히 하면서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패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미세공정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첨단 장비 확보가 절실하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길에 네덜란드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을 방문해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물량 확보를 위한 담판을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핵심 장비로,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이 장비를 사용하면 5나노미터(nm,1nm는10억분의1m)이하 초미세공정 구현이 가능해 세계적으로 장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더 많은 EUV 노광장비 확보는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경쟁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올해 ASML의 EUV 노광장비 출하량 51대 가량 중 22대를 TSMC가 확보했고 삼성 몫은 상대적으로 적은 18대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면서 EUV 노광장비 확보 대수 역전이 가능할지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유럽 출장길에 ASML 방문 외에도 미래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 모색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네덜란드에는 유력 M&A 대상 후보인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가, 독일에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이, 영국엔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ARM이 각각 본사를 두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동시다발적 움직임이 윤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인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민관 팀플레이’의 원활한 작동을 상징한다며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기업의 수장이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면에 나선 시점에 대통령이 각 부처 장관들에게 반도체 관련 기술개발과 인재육성으로 후방 지원에 나설 것을 독려한 것은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다.
특히 윤 대통령의 “과학기술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발언이 지난달 25일 이재용 부회장의 “(미래 사업 투자에) 목숨을 걸겠다”는 발언과 오버랩되며 ‘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핵심 산업분야에서 정부와 리딩기업의 수장이 동시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업들에게 좋은 시그널을 준다”면서 “이런 정책기조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