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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년 시대③] 스타일리시해진 아저씨들…중년들에게 필요했던 ‘변화’


입력 2022.06.09 13:49 수정 2022.06.09 09:5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패션 메이크오버 이어 '아저씨즈' 결성

중년들 변신 주도하는 더뉴그레이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스니커즈를 신고, 선글라스 또는 비니까지 멋지게 쓴 ‘아저씨’들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수더분한 모습에서 2, 30대 못지않은 화려한 옷과 소품을 장착한 메이크 오버 프로젝트부터 60대 아이돌 ‘아저씨즈’ 결성까지. 중년들의 변신을 책임지고 있는 ‘더뉴그레이’의 이야기다.


더뉴그레이는 시니어 패션 콘텐츠 에이전시로, 시니어 모델 또는 인플루언서를 관리, 양성하는 기업이다. 패션 메이크오버 캠페인을 진행하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들을 선보이면서 중년 또는 시니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더뉴그레이 인스타그램 캡처

이전부터 옷에 관심이 컸던 더뉴그레이의 권정현 대표는 이왕이면 ‘좋은’ 일에 패션을 활용하고 싶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년’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중년들도 세련되게 옷을 입는 모습을 통해 그간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그림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왕이면 캠페인을 통해서든, ‘옷으로 좋은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저것 시도하던 끝에 패션 메이크오버 캠페인을 생각했다. 옷 잘 입는 아저씨, 할아버지들을 보여주면 재밌고 멋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 잡힌 양복 또는 편하기만 한 등산복을 벗어던지고, 롤업 된 청바지와 화려한 셔츠를 입은 중년들의 모습에 젊은 층들도 환호했다. 이 캠페인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권 대표의 캠페인이 대중적으로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권 대표는 기회가 없어 도전하지 못한 중년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면서 일 그 이상의 뿌듯함을 느꼈다.


“사실 중년 분들은 옷을 못 입는 거다. 점잖게 입는 게 아니라. 옷에 대한 공부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급격한 산업화 시대를 거친 분이라 밥을 먹는 게 더 먼저였던 것 같다. 지나친 유교 문화도 ‘남자들이 무슨 패션이야?’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다. 캠페인을 거치시는 분들이 ‘동화 나라에 온 것 같다’고 하시더라.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고. 이런 감정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느껴보게 하고 싶었다.”


지금은 평균 나이 63.5세의 중년 패션 인플루언서 그룹 ‘아저씨즈’를 결성, 인스타그램과 틱톡, 유튜브 등을 통해 댄스 챌린지에 도전하거나 일상을 공개하며 새로운 활동에 나서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아저씨즈’ 멤버들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SNS와 유튜브를 다루면서 젊은 층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진심으로 각자가 돈을 많이 버셨으면 좋겠다. 각자가 직접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춤 커버부터 시작해 각자의 이야기를 전하며 개개인을 ‘브랜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요즘에는 각자가 하실 수도 있다. 전업주부 아내를 밀어주기 위해 주부가 되신 정승훈 선생님은 집안일에 대한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하고, 용접을 하시던 분은 노동의 가치를 알려주는 콘텐츠를 진행하기도 하신다. 한 명 한 명이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크리에이터가 되게 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패션도, 처음 접해보는 SNS도, ‘아저씨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권 대표 또한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젊은 층도 하기 힘든 도전을 어른들에게 권하고, 또 실천하기까지. 수차례 갈등하고 또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던 것이다. 권 대표는 중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일상 자체가 무대인데, 만들어진 무대가 아니면 서지 않겠다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이러한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나 느리지만 천천히 가르쳐 주면 따라오시더라. 기회가 없었던 것이지 몰랐던 것이 아니었던 거다. 메이크오버 캠페인은 한 번의 마법 같은 순간에 그쳐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분들이 이야기꾼이 돼서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이제는 백세 시대에 들어선 만큼, 중년들 또한 패션과 콘텐츠 등 문화적인 것을 향유하며 즐거움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권 대표는 인식을 뒤집고, 고정관념을 깨는 도전들을 계속해서 해나갈 생각이다.


“신체 연령은 높더라도, 30대의 정신 연령을 가진 중년들을 상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영향력을 점점 키우면서 진지한 생각을 하고 있다. 웰 다잉이 아닌, 웰 에이징(well-aging, 건강한 노년 맞이)에 포커싱을 맞추고 싶은 것이다. 지금 함께 하고 있는 분들도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파트너다. 유교 사상과 그러한 관점들은 내려놓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한 균열들을 만드는 게 목표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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